② 방한모 아얌·남바위·조바위
서양 사람들에게 한국의 아얌, 남바위, 조바위는 왜 그렇게 갖고 싶은 모자였을까? 단순히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예술품을 알아보는 탁월한 심미안에 기인할 것일까. 19세기 말 즈음,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들 중, 조선의 난모(煖帽·추위를 막기 위해 쓰던 방한용 모자)를 극찬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니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명지대 LG연암문고 제공
파리 박람회의 한국관 모습을 담은 프랑스 화보지 ‘르 프티 주르날’에 실린 그림. 전면 중앙에 조선 여성이 붉은색의 아얌을 쓰고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900년 12월 30일.
명지대 LG연암문고 제공
명지대 LG연암문고 제공
국립중앙도서관 송영달문고 제공
남바위에 볼끼를 붙인 풍차를 쓰고 있는 여인. 채색목판화.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국립중앙도서관 송영달문고 제공
국립중앙도서관 송영달문고 제공
프랑스 사람만 한국의 모자에 반했을까? 고대 로마의 조각에 나타난 아름다움을 볼 만큼 보았다고 자부하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의 저자 새비지 랜도어는 “비너스의 곡선미조차 한국 여성이 입고 있는 한복과 아얌의 아름다움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극찬했다. 한국을 가장 많이 그린 목판화가로는 영국의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를 꼽을 수 있다. 그녀는 특히 한국 여성의 남바위, 풍차에 매료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바위를 쓰고 아들을 보고 있는 여인의 모습. 다색목판화. 폴 자쿨레 ‘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반전은 정수리에 있다. 모자는 머리를 덮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조선 여성의 난모는 어느 것 하나 정수리를 덮는 것이 없다. 오히려 정수리를 열어 놓고 그 위에 산호줄 또는 끈목을 늘어뜨리고 앞뒤에 비단술을 매달아 놓는다. 한 발짝만 움직여도 산호줄, 비단술이 움직이고 뒤 댕기가 흔들리는 보요(步搖)의 미다.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쪽진 머리와 가장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조바위는 한국인을 위한 맞춤형 모자다. 그러나 조바위가 조선시대 여성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이유는 또 있다. 이마와 양 귀를 덮는 조바위는 여성의 얼굴이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가리마를 따라 꿴 산호 구슬이 이마로 흘러내리면 시선은 자연스레 여인의 이목구비에 집중하게 된다. 동양 여성의 얼굴을 더욱 작고, 입체적으로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얼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들에게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조바위, 그냥 두고 가기엔 너무 아까운 모자였을 것이다.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2017-03-28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