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HIKAWA 이시카와 - 자연과 전통, 그 두 가지 얼굴을 만나다

ISHIKAWA 이시카와 - 자연과 전통, 그 두 가지 얼굴을 만나다

입력 2011-12-20 00:00
업데이트 2011-12-20 11:3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ISHIKAWA 이시카와石川

자연과 전통, 그 두 가지 얼굴을 만나다


도쿄에서 10년을 산 지인조차 ‘잘 모르겠다’고 말한 곳. 나에게 있어 이시카와현石川은 몹시 외진 일본의 시골을 대변하는 정도였다. 조그마한 고마쓰공항에 내려 바라본 첫인상 역시 그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때때로 이시카와는 반전을 선사했다. 자연 속에 녹아든 이시카와의 전통문화를 통해서였다. 대도시의 빌딩숲이나 화려한 건축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름이기도 했다.

이시카와에 도착한 날, 영하권에 들어선 서울과 달리 이시카와의 기온은 아직도 28도를 웃돌았다. 두꺼운 코트 대신 반바지를 입고서,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이시카와를 만나러 나섰다.

글·사진 전은경 기자 / july@traveltimes.co.kr 취재협조 이시카와현 관광교류국 교류정책과

”

모래사장을 차로 달릴 수 있는 지리하마 나기사 드라이브웨이

Location

이시카와현은 일본 중앙에 위치해 있다. 일본의 주요 도시와 항공 및 철도,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는 데다가 한국에서는 고마쓰공항까지 직항편이 운항되고 있다. 연간 약 2,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에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한국 관광객보다는 일본 현지 관광객이 더 많이 찾는 곳이다. 얇고 긴 모양의 이시카와는 크게 남쪽의 가나자와金澤시와 북쪽의 노토能登반도로 나눌 수 있다. 도시간 이동은 차로 2시간이면 거뜬하다.

Mountain and Bike

이시카와의 최고봉인 하쿠산을 둘러보는 데는 자전거 한 대면 충분하다. 이 산은 후지산, 다테야마와 더불어 일본의 3대 명산이라 일컬어지며 국립공원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자전거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을 뿐 경관을 해치는 어떤 흉물도 눈에 띄지 않는다. 간혹 오르막을 오르고 이전에 전차가 다니던 길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평평한 평지이다. 2시간, 여유를 갖는다면 3시간 정도 오롯이 산 속에 둘러싸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동시에, 만발한 메밀꽃과 산골 깊은 곳에서 낙하하는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자전거는 경쾌한 페달음을 내며 도시의 소음을 걷어낸다.

Art Crafts

게이샤, 축제, 금속공예…. 이시카와를 여행할 때 만나게 되는 몇 가지 단어다. 그중에서도 이시카와는 미술공예왕국이라 불릴 만큼 전통공예를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도자기와 칠기, 금박, 기모노 염색 등 다양한 전통공예가 발달해 있고 곳곳에 포진한 공방에서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물론 이시카와에서도 골프, 쇼핑, 온천 등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유지해 온 전통문화야말로 이시카와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시카와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통해 작고 소박한 것의 미학을 설파한다.

”

”

”

1, 2 걷기에는 힘들고, 드라이브로는 2% 아쉽다. 하쿠산을 즐기는 가장 탁월한 방법 사이클링 3 이나츄 칠기회관에서는 와지마 칠기의 제조 공정을 A부터 Z까지 볼 수 있다 4 고즈넉한 히가시 차야가이 골목에 힘찬 페달소리가 활기를 불어넣는다 5, 6, 7 와지마 아침시장에는 말린 해산물 냄새와 젓갈 냄새, 시식을 권하는 정다운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과거의 거리에서 현재의 시간을 만나다



이시카와현에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도시락은 잊어버려도 우산은 잊어버리면 안 된다’라고. 강수량이 높은 가나자와시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시카와의 남쪽에 위치한 가나자와는 도착한 날부터 비가 내렸다. 한바탕 비가 적시고 지나가자 시간이 멈춘 고요한 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쪽의 찻집거리’라는 뜻의 ‘히가시 차야가이’다. 촉촉이 젖은 땅은 햇빛에 반사되어 적갈색 반듯한 건물의 운치를 더욱 밝혀 준다.

200여 년 전 이 거리의 주인은 게이샤들이었다. 격자문 사이로 게이샤의 샤미센이나 북소리가 울려 퍼지던 때였다. 이제는 관광객들에게 어느 정도 그 자리를 내어주었지만 아직도 이 거리 어디에선가는 게이샤들의 춤과 노래가 펼쳐진다. 찻집과 공방 너머에는 여전히 게이샤들의 기운이 서려 있다. 현재 이 거리에서 여행자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은 금박공예품을 파는 공방이다. 이시카와를 여행하다 보면 어디에서든 금박공예품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의 금박 생산량은 일본 전체 생산량의 99%를 차지한다. 금박 액세서리에서부터 금박 화장품, 금박 카스테라까지 그 영역의 한계가 없다. 이 히가시 차야가이에서 금속제품을 취급하는 공방은 3개 정도인데, 공방마다 판매품이나 분위기가 조금씩 틀리다. 그중 금박 2만장을 붙여 만든 방은 놓칠 수 없는 볼거리이다.

히가시 차야가이가 과거의 거리라면, 이와 반대로 생동감이 넘치는 현재의 이시카와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매일 열리는 와지마 아침시장이다. 이 시장은 일 년내 쉬는 날이 20여 일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활성화된 장이다. 새벽 6시부터 장이 열리기 시작해 아침 8시에는 200개 가까운 가게가 늘어선다. 하지만 정오가 되기 전에 대부분의 노점이 철수하고 그들이 빠져나가고 난 자리는 원래 장이 섰던 것을 짐작할 수도 없을 만큼 깨끗한 거리로 변신한다. 무엇보다 이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노점 대부분이 대를 이어가며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점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가 여자인데 남편이 잡아 온 생선 등을 부인이 내다 파는 식이란다. 3대째 이어온 60~70대 할머니들이 시장의 터줏대감 노릇을 한다. 그들의 모토는 “남편 하나쯤 먹여살리는 거야 식은 죽 먹기지”라고. 어쩐지 물건을 주고받는 표정에서 좀체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렇듯 와지마는 여자들의 강한 생활력이 펄떡이는 곳이다.

이시카와를 들뜨게 하는 축제의 향연



축제를 좋아하지 않는 민족이 어디 있을까. 일본을 이야기할 때도 역시 ‘마쓰리(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각 지역마다 지역색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통축제는 몇 백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눈앞에서 재현된다. 이시카와는 사계절 내내 축제의 향연을 펼친다. 풍작을 기원하는 봄 축제, 고기잡이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여름 축제, 풍작을 감사드리는 가을 축제, 신년의 행복과 가정의 안전을 기원하는 겨울 축제. 축제의 형태는 각양각색이지만 축제 속에 기원하는 속내는 우리네 축제와 상통한다.

그중 이시카와현의 북쪽지역인 노토반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기리코 축제’이다. 기리코는 1~15m에 달하는 신등神燈을 뜻하는 것으로 초여름부터 9월까지 노토반도 각지에서 마을 주민들이 기리코를 메고 마을의 무사안일을 기원하는 축제를 연다. 이 시기에는 등불과 횃불로 밤하늘이 진한 붉은 빛으로 물든다. 와지마시에서는 8월22~25일까지 기리코 축제가 열리지만 이 시기가 아니더라도 기리코 회관을 방문하면 축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또한 매년 4월 말에서 11월 중순까지 매일 저녁 8시30분에 와지마시의 ‘후랏토 호무’에서 ‘고진죠타이코’ 공연이 열린다. 이 공연은 나후네에 마을에서 신에게 바치던 공연으로 418년 된 축제의 공연이다. 마을이 적의 공격을 당했을 때 도깨비와 망령 가면을 쓰고 해초로 된 가발을 뒤집어쓰고 북을 두드리며 적을 위협한 데서 유래했다. 험상궂은 가면을 쓴 사람들이 귀가 쩌렁쩌렁하도록 북을 쳐 대기 시작하면 어린아이들은 으레 울음을 터트리기 마련이다.

”

1 기리코 축제에 쓰이는 신등은 크기도 무게도 상상초월. 걸쭉한 땀과 함성의 원천이다 2, 3 사계절의 변화가 확연한 겐로쿠엔에서 가을의 끝자락을 만나다 4 쩌렁쩌렁한 북소리가 회관 전체를 뒤흔든다. 날씨가 좋은 날은 야외에서 볼 수 있다 5, 7 이시카와에서 보고 듣고 접하는 모든 것에 전통이 깃들어 있다 6 전통음식인 사사스시는 발효 보관하여 3일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

”

일본식정원의 전형을 뽐내는 겐로쿠엔

이시카와에서 가장 전통적인 미를 뽐내는 곳은 어디일까. 이시카와 사람들 대부분은 오다 노부가나의 성이었던 가나자와성과 유려한 일본식 정원인 겐로쿠엔을 꼽는다. 그중 겐로쿠엔은 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3대 정원이자 특별명승지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에서는 사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자랑하는 다양한 연못 및 분수 등을 볼 수 있다. 천천히 둘러보면 2시간 정도 걸린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정원양식이다. 일본식 정원양식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정형화된 유럽의 정원과 달리 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끌어들인 모양새다. ‘차경借景’이라고 하는 일본정원 특유의 기법으로 정원 바깥의 풍경을 빌려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까지도 정원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원 가운데에 커다란 연못을 파고 군데군데 동산과 정자를 세워 그곳을 거닐면서 전체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겐로쿠엔은 물이 정원 전체를 관통하는 곳이다. 그만큼 물이 중요하다. 놀라운 것은 10km 떨어진 곳의 물을 끌어오기 위해 350년 전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현대시설을 이용하지 않아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이는 예부터 자연과 자연방식에 대한 신뢰로 정원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정원에서는 인공적인 기계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자박자박 자갈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만 오롯이 들릴 뿐이다. 에도시대 영주님을 위한 정원은 어느덧 이시카와 사람들의 심신을 달래 주는 쉼터가 되었다. 전통 속에 녹아든 삶. 이들에게는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 이방인의 눈에는 한없이 부럽게만 비친다.

”T clip. 1,300년, 시간이 멈춘 호시료칸

전통적인 것 어느 하나 훼손하지 않은 이시카와에서는 웬만해선 200년 전, 300년 전으로 거슬러 가는 것쯤은 대수가 아니다. 특히나 1,300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호시료칸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고마쓰시 중심가에서 10km가량 떨어진 곳에 아와즈 온천이 있다. 그 인근에 압도적인 역사를 지닌 호시료칸이 있다. 일본의 전통 목조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천장 들보도 재건축이 이뤄진 에도시대 초기 양식 그대로다. 무려 48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이 여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사실 화려한 시설을 갖춘 현대식 온천에 비하면 소박하고 다소 심심하기까지 한 온천이지만 오랜 역사의 멋을 찾아 온 여행자들 덕분에 붐비는 시기에는 빈 방을 찾기 힘들 정도다. 온천을 즐긴 후 감상할 수 있는 정원의 풍경은 이 료칸의 백미다.

주소 Awazu Onsen, Komatsu, Ishikawa 문의 81-761-65-1111 홈페이지 http://ho-shi.co.jp 요금 1박 1인당 1만5,000엔부터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