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불인정이 여성혐오…추모열기는 분노의 표출”

“여성혐오 불인정이 여성혐오…추모열기는 분노의 표출”

입력 2016-06-03 10:26
수정 2016-06-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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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치즈코 교수 “여성혐오 우리 몸 안에 탑재”

“한국 여성들이 남긴 메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분노의 표출입니다.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는 ‘레이프 컬처의 서바이버(강간 문화의 생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저자인 우에노 치즈코(上野千鶴子)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최근 강남역 인근 ‘묻지마 살인’ 피해자에 대한 추모 열기가 “든든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에노 교수는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연히 살아남았다’라는 추모 메시지가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회 전체에 여성을 강간하는 듯한 언동이 넘치기 때문에 거기서 살아남은 것, 우연히 피해자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성혐오를 인정하지 않고 ‘남성혐오도 문제’라는 식으로 반박하는 쪽에는 “그 자체가 여성혐오”라며 “여성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두지 않고 입 다물고 있으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에노 교수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에서 호모소셜·호모포비아·여성혐오라는 세가지 요소로 젠더 권력관계가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호모소셜은 ‘너를 남자로 인정한다’는 남성 사이의 유대를 의미한다. 이런 유대관계는 남성답지 못하거나 남성이 되지 못한 이들, 즉 남성 동성애자와 여성에 대한 혐오로 유지된다.

그는 “세 가지 개념으로 여러가지 현상을 편하게 설명할 수 있다”며 “남성은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로 두면서 사회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우에노 교수는 여성혐오가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에 만연해 있다면서 2008년 6월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발생한 무차별 살인사건을 예로 들었다. 휴일 대낮 7명을 살해한 가토 도모히로(加藤智大)는 범행 전 인터넷에 열등감과 좌절감을 토로하며 ‘만일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나는 나의 직업을 버리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기만 한다면, 내가 남자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텐데’라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며 “여성혐오, 젠더 관점에서 비대칭적 관계가 이미 정립돼 신체에 탑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관계를 바꾸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며 “여성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성에게 끌린다. 젊은 남녀 사이에 남성의 지배·집착·성욕을 사랑으로 착각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관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묻자 “국가간 협상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성실하고 신중하게 대화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일본의 상황은 1991년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위안부 문제는 고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기자회견으로 피해 사실을 밝히면서 처음 공론화했다.

우에노 교수는 최근 발생한 ‘구의역 안전문 사망사고’에도 관심을 보였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근로자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원전도 가장 위험한 일을 하청 근로자가 한다”며 “임금 착취가 많아 굉장히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한다. 건강진단도 받지 않기 때문에 질병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에노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와 여성문화이론연구소가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에서 ‘뒤틀린 동맹: 신자유주의, 신민족주의와 반동’을 주제로 발표한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빠진 이후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계급간 격차가 커졌고 그 틈을 민족주의와 여성혐오가 메우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국민을 통합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외부에 적을 만드는 것, 즉 혐한(嫌韓)·혐중(嫌中)”이라며 “보수주의자들은 항상 젠더 차별과 민족주의를 결합한 형태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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