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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4.45㎏ 덕종어보는 “한국의 대사였다”

무게 4.45㎏ 덕종어보는 “한국의 대사였다”

입력 2015-04-01 16:00
업데이트 2015-04-0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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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미술관 한국에 반환 “아름다운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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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미국박물관 소장 덕종어보 반환식’이 열렸다. 덕종어보는 조선시대 제9대 임금 성종이 세자 신분으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덕종)를 기리며‘ 온문 의경왕’(溫文 懿敬王)이라는 존호를 올리고자 제작한 것으로 미국 시애틀미술관이 소장 했다가 반출된 지 70년만에 한국 품에 안겼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1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미국박물관 소장 덕종어보 반환식’이 열렸다. 덕종어보는 조선시대 제9대 임금 성종이 세자 신분으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덕종)를 기리며‘ 온문 의경왕’(溫文 懿敬王)이라는 존호를 올리고자 제작한 것으로 미국 시애틀미술관이 소장 했다가 반출된 지 70년만에 한국 품에 안겼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미국 시애틀미술관이 1일 한국 정부에 공식 반환한 조선 덕종어보는 재질이 황동에 금도금이며 무게는 4.45㎏이다. 도장을 찍는 면인 인판(印板)은 가로세로 각각 10㎝.

조선 7대 임금 세조의 맏아들인 덕종(1438∼1457)은 20세에 요절하는 바람에 생전에 왕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아들 성종이 9대 임금이 됨으로써 사후에 왕이 되고 고양에 있는 그의 무덤 또한 경릉이라고 일컫게 된다.

생전이건 사후건 왕이 되면 그를 기리는 어보는 종묘에 봉안된다. 실제 덕종어보도 그랬다. 1943년 종묘 역사를 정리한 종묘지라는 기록을 준비하면서 준비한 초고를 보면 이 때까지만 해도 덕종어보는 엄연히 종묘 영녕전 덕종실에 있었다.

이 어보가 어느 시점에 유출돼 미국땅으로까지 건너가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이를 구입해 시애틀미술관에 기증한 사람은 토머스 스팀슨(Mrs. Thomas D. Stimson)이라는 여성이었다.

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증 반환식에 유족 대표로 참석한 외손자 프랭크 베일리(Mr. Frank S. Bayley) 씨는 한국 미술, 특히 고려청자를 사랑한 외할머니가 타계하기 전 마지막으로 미술관에 기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외할머니는 1931년 외할아버지가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시자, 남편을 기념하는 뜻으로 이후 타계할 때까지 약 30년 동안 고미술품을 수집해 꾸준히 미술관에 기증했다는 것이다.

베일리 씨는 “시애틀에서 이 덕종어보는 한국에서 온 대사(ambassador)였으며, 한국문화의 상징이었다. 적어도 외할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어보가 이제는 추방생활을 청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면서 “(어보 손잡이를 장식한) 왕실 거북은 52년에 걸친 시애틀 생활을 행복하고 편안한 때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미술관 최고경영책임자를 겸한 키멀리 로샤흐(Ms. Kimerly Rorschach) 관장은 “우리가 이 어보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이난영 실장이 이끄는 한국의 국립문화재연구소 팀이 우리 미술관 소장품 중 한국 컬렉션을 조사하게 되면서였다”고 말했다.

로샤흐 관장은 “지난해 (한국정부에서) 반환 요청을 받고 우리 미술관 직원들과 이사회, 그리고 기증자 측과 논의한 결과 만장일치로 한국에 돌려주기로 했다”면서 “오늘 그렇게 할 수 있어서 기쁘고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반환은 미국으로 유출된 한국문화재가 최근 들어 우리 정부로 돌아온 세 번째 사례다.

대한제국시대 화폐를 인쇄하던 동판인 호조태환권 원판이 돌아온 데 이어 대한제국 국새를 비롯한 왕실 인장이 대규모로 돌아왔다. 이들은 유출 과정이 불법이었음이 입증되고 그에 따라 한미 당국이 공조 수사를 통해 ‘압수’ 반환하는 형식을 빌렸다.

하지만 이번 덕종어보는 이와는 달리 자발적인 기증 형식을 빌려 반환됐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이제 한국과 미국은 문화재 환수에 있어서 합법적인 수사공조에 의한 반환과 함께 아름다운 기증으로 반환되는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면서 “이는 앞으로 유럽과 일본(으로 유출된 한국문화재 반환)에서도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나 청장은 “우리가 상대방 문화에 대해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문화재 반환을 통해서도 연대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덕종어보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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