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전달자’ 임종진이 담은 캄보디아의 情

’사연전달자’ 임종진이 담은 캄보디아의 情

입력 2014-07-04 00:00
업데이트 2014-07-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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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 ‘흙 물 바람 그리고 삶’ 발간

온갖 가재도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집은 형체를 알아 볼 수도 없게 골자만 남고 다 철거됐다. 다소 심란하고 망연자실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사진 속 가족은 밝게 미소 짓고 있다.

이들 가족 앞에는 한 아주머니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한 손에는 냄비 뚜껑을, 다른 한 손에는 집게를 들고 닭 한 마리를 삶고 있다.

화면을 향해 잇몸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강제 철거를 당하고 쫓겨나는 이웃을 위로하려는 애틋한 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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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진집 낸 ’사연전달자’ 임종진 작가
’캄보디아’ 사진집 낸 ’사연전달자’ 임종진 작가 스스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아니라 ’사연 전달자’라고 규정하는 ’달팽이사진골방’ 대표 임종진의 사진집 ’캄보디아’가 최근 출간됐다. 사진집에는 작가가 지난 10년간 캄보디아에서 만난 ”수많은 ’귀한’ 삶들이” 실렸다. 사진은 작가(오른쪽)가 캄보디아 현지 주민들과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2014.7.4.
연합뉴스
스스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아니라 ‘사연 전달자’라고 규정하는 ‘달팽이사진골방’ 대표 임종진의 사진이다.

임종진의 사진집 ‘캄보디아’가 최근 출간됐다. 한때 일간지 사진기자로 일했던 작가가 지난 10년간 캄보디아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다.

2004년 사진기자로서 “알 수 없는 버거움에 시달리다가” 우연히 캄보디아 땅을 밟은 그는 이후로 매년 캄보디아를 찾았다. 그러다 2008년부터는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NGO 자원활동가로 캄보디아에 머물렀다고 했다.

이후 2년간 프놈펜 보엥카크호수 4구역 마을, 사엔소크마을 등 도시 빈민촌에서 ‘달팽이사진관’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이동식 사진관을 연 그는 시골 마을과 학교 등을 돌며 현지인들의 가족사진을 찍어줬다.

지금도 매년 2∼3차례 캄보디아를 찾는다는 그가 그동안 현지에서 만난 “수많은 ‘귀한’ 삶들이” 이번 사진집에 실렸다.

꽃 바통을 물고 이어달리기를 하는 지뢰피해장애인재활센터 반티아이프리에브 학생들의 졸업식 풍경,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 입구에서 배구 시합을 하는 청년들, 낡고 허름한 학교 교실이지만 배움의 열기가 가득한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등이 오롯이 담겼다.

최근 전화로 만난 임종진은 “’작가’로서의 시선보다는 ‘사연 전달자’로서 삶의 한 부분을 중간에서 잘 전달해주는 사진을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가 최빈국 중 하나다 보니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가난 속에서도 꿈과 이웃끼리 나누는 정이 있었어요. 강제 철거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이웃이 쫓겨나게 된 게 안쓰러워서 닭을 사다가 끓여주는 장면을 보며 감동이 컸죠. 어찌 보면 문명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어요.”

”사진이 따뜻하다”는 말에 “제 사진이 따뜻한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따뜻한 것”이라고 말하는 임종진은 “수평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존엄한 삶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고달픈 현실에 절망해 가슴이 먹먹해지거나 눈물 흘리는 시간도 많습니다. 그러나 소소하지만 한없이 밀려드는 감동의 순간들이 더 많이 쌓입니다. 그들의 삶은 그저 작아 보일 뿐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곁에 ‘머묾’으로 인해 조금씩 알아갑니다.”(211쪽)

그는 현재 1인 비영리민간단체인 ‘달팽이사진골방’을 운영하면서 국내외 소외 계층에 대한 무료 사진관 촬영과 캄보디아 후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조만간 캄보디아 빈민촌 사람들과 무료 사진관 활동 얘기를 담은 산문집 ‘달팽이사진관’(가제)도 출간할 계획이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고 결정지어버릴 때 재물이나 지위 등으로 구분 짓는 현실이 많이 아쉬워요. 우리가 과연 타인을 그렇게 바라볼 자격이 있을까요? 가난은 사람의 삶을 재단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다 ‘귀한 삶’이니까요.”

사진집 판매 수익은 캄보디아의 아이들을 위한 학교 건립 프로젝트인 ‘캄보디아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후원 기금을 모으는 일에 쓰일 예정이다.

오마이북. 224쪽. 5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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