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가족도 돌아보고 내면이 성숙해진 거 같아요”

이준기 “가족도 돌아보고 내면이 성숙해진 거 같아요”

입력 2013-10-18 00:00
업데이트 2013-10-18 14:4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MBC 드라마 ‘투윅스’서 딸 둔 도망자 열연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인터뷰 내내 ‘탕탕탕’, ‘쾅쾅’, ‘쭉쭉쭉’ 같은 다양한 의성어·의태어를 섞어가며 치열했던 촬영 현장을 떠올리는 그의 모습에서 일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결코 안주하지 않는 배우, 그래서 항상 ‘재발견’되는 배우.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투윅스’에서 장태산 역할을 맡아 열연한 이준기를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드라마 막판의 모습보다 많이 건강해 보인다고 인사를 건네자 “살이 쪄서 그런가요”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른 모습이) 끔찍했죠?. 촬영하면서 정말 많이 빠졌는데 이제 조금 회복됐어요. ‘너무 멋없게 나온다’는 얘기도 팬에게 들었어요. 팬들이 보내주시는 영양제를 먹으며 버텼죠.(웃음)”

16부작 ‘투윅스’는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 장태산이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주 동안 벌이는 처절한 도주극을 그렸다. 작품은 높은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청자의 지지를 받았다.

이준기는 장태산 역할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받았다. 처절한 ‘도망자’로 변신한 그는 작품에서 시종일관 숨고, 뛰고, 구르고, 맞고, 물에 빠져 허우적댄다. 이를 두고 ‘이준기의 재발견’이라는 평도 나왔다.

그는 특히 장태산이 급류에 휩쓸리는 장면을 찍으면서는 “정말 죽을뻔 했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빠르게 지나서 대역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직접 찍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비 온 후라 유속이 장난이 아녔어요. 물살에 빨려들어가서 돌에 부딪치며 계속 뒤집히는데, 1분 정도 숨을 못쉬고 계속 물을 먹었어요. 살려달라 외치고 싶었는데 자존심 때문에 못했어요.(웃음) 그런데 그걸 다섯 번 찍었죠.”

장태산은 자신의 연인을 지키고자 마음을 숨기고 무참히 그 연인을 버린다. 이후 8년을 자포자기한 채 세월만 보내던 그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자신에게 딸이 있음을, 딸을 살리려면 자신이 살아야 함을 깨닫는다.

미혼인 그에게 아버지 연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못한다고 했어요. 시놉시스를 읽으니 손현주 선배님만 떠올랐죠. 제가 하면 작품에 전혀 도움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소현경 작가님이 ‘이준기를 바꿔주겠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시는데 너무 멋지고 믿음직스러웠어요.”

막상 촬영에 나섰지만 많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섬세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더라”며 “대본 리딩에서 이번처럼 감독님, 작가님의 지적을 많이 받은 적이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그래도 “투윅스를 통해 내면이 성숙해진 느낌이다. 압박감이 컸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면서 가족애를 많이 느꼈고 어린 조카들에게 잘 못해줬다는 생각에 많이 미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투윅스는 완성도로 호평받았지만 같은 날 시작한 SBS ‘주군의 태양’이 관심을 끌며 시청률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이준기는 담담한 어조로 아쉬움과 뿌듯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시청률이 절대적 지표는 아니지만 대중의 반응을 아우르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군의 태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다만 ‘투윅스’는 오래 이야기하기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본방송이 전부가 아니니 앞으로도 다양한 경로로 더 봐주시지 않을까요.”

고된 작품을 찍었으면 한동안 쉬고 싶을 만도 한데 “투윅스 이후 2주간 쉬었는데 너무 괴로웠다”며 벌써 다음 작품에 목말라 했다.

”방송사 드라마 라인업을 챙겨서 몇 작품 ‘찜’해놓았습니다. 물론 제가 고른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요.(웃음) 일단 무조건 내년 상반기에는 차기작을 시작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준기가 대중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것은 ‘예쁜 남자’ 이미지를 통해서다. 하지만 이후 행보를 보면 이미지를 활용하기보다는 바꾸려 애썼다는 인상을 준다.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를 비롯해 마니아를 만든 작품이 많다.

”(예쁜남자 이미지로) 너무 크게 인기를 얻어서 항상 부담을 안고 작품을 시작해요. 이미지가 너무 각인되면 좋지 않은 듯해 탈피하려 노력했어요. 위험도 있지만 이미지에 갇히고 싶지 않아 계속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려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요즘에는 ‘남자 배우가 왜 이렇게 멋없게 나오는 걸 좋아하냐. 로맨틱 코미디를 좀 해봐라’는 반응도 있어서 다음은 ‘그쪽’ 장르의 작품도 배제하지 않으려 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준기는 연기가 본업이지만 노래와 춤 솜씨도 소문이 자자하다. 뮤지컬이나 예능 분야 진출 권유도 많았을 법하다.

”친한 형들이 뮤지컬 권유를 많이 하는데 완벽하게 트레이닝이 된 뒤에 무대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먼저 제 분야에서 갈고 닦고픈 마음입니다. 경력을 쌓고 스스로가 채워지면 뮤지컬이든 예능이든 도전하고 싶어요.”

이제 30대 초반. 주변 친구들이 한창 운명의 짝을 만날 때다. 연애나 결혼 생각은 없을까.

”연애야 하고 싶죠. 열애설을 보면 부러워요. 어떤 때는 좋은 사람이 있으면 (열애설이) 터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제 성격에 일 할 때는 일에만 몰두할 텐데 지금 필요하다고 사람을 만날 수는 없잖아요. 지금은 일이 중요해요.”

안 되면 될 때까지 몸으로 부딪치는 도전 정신이 자신의 유일한 자산이라며 미소지었다. 겸손함 속에서 허풍없는 단단한 자신감도 엿보인다.

”저는 원래 가진 게 없어요. 뭐든 될 때까지 하는 정신, 성실하게 계속 노력하는 마인드가 유일한 자산입니다. 남들 보기에 오기 같고 무식해 보일 수도 있지만요. 가까운 형과 술자리에서 인생 얘기를 했는데 일반 회사나 연예계나 버티기 싸움이더라고요. 마지막까지 버티는 자가 이기는……. 마치 장태산이 그랬듯이요.”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