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현 감독 ‘썸’-당신이 죽는 걸 본 것 같아

장윤현 감독 ‘썸’-당신이 죽는 걸 본 것 같아

입력 2004-10-15 00:00
업데이트 2004-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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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텔미썸딩’의 장윤현 감독이 5년만에 메가폰을 잡았다.22일 개봉하는 ‘썸’(제작 씨앤필름)은 죽음이 예고된 젊은 형사의 ‘운명 뒤집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물이다.
영화 ‘썸’ 배우 고수 스틸컷
영화 ‘썸’ 배우 고수 스틸컷
쟁쟁한 이력의 배우들을 제치고 스크린 신인인 고수와 송지효를 남녀 톱으로 앉힌, 의외의 캐스팅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기도 하다.

독특한 소재, 반짝이는 스타일

감독은 데자뷔(旣視感)라는 낯선 소재를 잡아 느낌부터 독특한 영화를 만들었다. 데자뷔란 처음 보거나 처음 와본 곳인데도 마치 전에 경험한 느낌을 갖게 되는 현상. 극을 끌어가는 주체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데자뷔 현상’이라고 느껴질 만큼 소재의 힘이 큰 영화다.

100억원대의 마약이 경찰호송 도중 탈취되자 경찰은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오반장(강신일)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하지만 후배 형사 강성주(고수)는 그가 진범이 아님을 직감하고 지하조직 ‘피어싱’을 의심한다. 조직 핵심 멤버들의 정체를 쫓는 과정에서 강성주는 교통방송 리포터 유진(송지효)을 만나고, 유진은 그를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국산 액션으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을 자랑하는 영화다. 도입부에서 펼쳐지는 강성주와 피어싱 일당의 자동차 추격 시퀀스는 할리우드 못잖은 액션규모. 의문의 연쇄살인 같은 흔한 미스터리극의 소재를 탈피한 영화는, 유진의 데자뷔를 기둥삼아 드라마를 직조해간다. 디카 동호회원인 민재일(이동규)에게서 유진이 영문도 모르고 전해받은 파일이 사건의 핵심단서. 뜻밖에 사건에 연루돼 강성주와 자주 만나면서 유진은 데자뷔를 통해 그에게 죽음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건을 푸는 열쇠는 유진의 알 수 없는 기억. 수사망을 좁혀가는 강성주, 미심쩍은 인물로 부각되는 이형사(강성진) 등이 현실에서 이리저리 사건을 엮는 틈틈이 영화는 유진의 데자뷔 장면을 끼워넣어 힌트를 던져주는 식이다.

현재와 과거의 시점이 묘하게 뒤섞인 영화에는 무정형의 매력이 또 있다. 여느 수사극의 결말에 해당하는 부분을 싹뚝 잘라 그 자체를 ‘본론’삼고 있는 내러티브 구도는 충분히 개성 있고 지능적이다.

뭔가 부족한 ‘2%’

그러나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게 마련이다. 개성있는 시도들은 참신하지만, 논리적인 개운함을 얻기엔 역부족이다. 감독이 작품을 너무 오랫동안 고민한 탓에 관객들도 이야기의 전말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했을까. 설명 부족인 대목들이 많다. 사건의 열쇠를 쥔 유진의 데자뷔가 왜, 어디서 연유했는지 등 최소한의 논리가 뒷받침돼야 할 부분들이 아무 암시도 없이 어물쩍 넘어가 버렸다.

감독은 “철저히 오락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명치 못한 이야기 얼개 때문에 명쾌한 오락물로 기억되긴 힘들 듯하다. 극적으로 죽음을 모면한 강성주가 유진을 만나는 해피엔딩 시퀀스는 너무나 많이 봐온 할리우드 스타일. 담담하게 개성을 보여 주던 드라마 톤이 ‘뚝’ 급강하해 뜨악해질 관객도 있을 법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4-10-1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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