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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몰래 빼내려다 연료탱크 폭발… 최악 불황 ‘레바논의 비극’

석유 몰래 빼내려다 연료탱크 폭발… 최악 불황 ‘레바논의 비극’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21-08-15 22:18
업데이트 2021-08-16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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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대폭발 1년 만에 참사

최소 22명 숨져… 중상 많아 사망자 늘 듯
정부, 지난주 수입연료 보조금 지급 중단
물자 부족·코로나 사태에 장기 불황의 늪
시민 연료 확보 경쟁에 인재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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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아카의 알 틀레일에서 15일 새벽 연료 탱크가 폭발해 주변이 검은 연기로 자욱하다. 지난해 8월 베이루트 항구의 질산암모늄 대폭발 이후 1년여 만에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79명이 다치는 참사가 레바논에서 또 발생했다. 알 틀레일 AFP 연합뉴스
레바논 아카의 알 틀레일에서 15일 새벽 연료 탱크가 폭발해 주변이 검은 연기로 자욱하다. 지난해 8월 베이루트 항구의 질산암모늄 대폭발 이후 1년여 만에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79명이 다치는 참사가 레바논에서 또 발생했다.
알 틀레일 AFP 연합뉴스
중동 국가 레바논에서 연료 탱크가 폭발해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79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지난해 8월 4일 베이루트 시내 항구에 보관됐던 질산암모늄 폭발로 200명 이상이 희생되고 도시가 폐허로 바뀐 지 1년여 만에 또다시 벌어진 참사다.

AP통신은 15일 새벽 레바논 북부 아카의 알 틀레일에서 연료 탱크가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적신월사(적십자)는 현장에서 20구가 넘는 시신을 수습했으며 부상자들을 아카와 근처 트리폴리, 수도 베이루트 등의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상당수가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이어서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세계은행(WB)이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상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이라고 명명한 경제위기를 겪는 와중인 레바논은 의약품과 생활필수품 부족 사태로 인해 사고 수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확한 폭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레바논 현지 언론 NNA는 전날 오후 의심스러운 연료 탱크를 찾았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군 당국의 사건 처리가 끝난 뒤 사람들이 몰려들어 연료 탱크에서 석유와 경유를 빼내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목격자의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폭발한 연료 탱크는 군대 위장 무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른다면 이번 사고는 최근 연료·생필품 부족 사태 때문에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연료를 확보하려다 벌어진 ‘인재’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레바논은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물자 부족 사태를 겪고 있었다. 2019년 경제위기를 겪은 데다 지난해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장기불황에 빠졌다.

결국 레바논 파운드화의 가치가 경제위기 전보다 90% 이상 폭락하자, 레바논 중앙은행이 지난 11일을 기해 석유 등 수입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선언을 했다. 전기 부족으로 빵집이 하루 4시간만 가동되면서 식료품 부족 사태도 벌어졌다. 시민들은 지난주부터 빵, 의약품, 휘발유와 경유를 구하려고 새벽부터 상점과 거리에 줄을 서고 도둑질도 마다하지 않아 왔다.

레바논은 사고를 수습할 정부도 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아카 대학살은 (베이루트) 항구 대학살과 다르지 않다”면서 “국민을 존중하는 나라라면 대통령부터 마지막 책임자까지 사퇴했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21-08-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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