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대통령 “경찰, 종교 강요 안돼”…보수파 ‘발끈’

이란대통령 “경찰, 종교 강요 안돼”…보수파 ‘발끈’

입력 2015-04-29 08:24
업데이트 2015-04-2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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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종교를 이유로 경찰이 국민의 일상을 과도하게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하면서 보수 성직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이란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25일 경찰 간부가 모인 행사에 참석해 “이슬람을 강요하는 게 경찰의 임무가 아니다”라며 “경찰 본연의 임무는 투명하게 법집행만 잘하면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간부들의 면전임에도 로하니 대통령의 비판 수위는 상당히 높았다.

그는 “누가 기도하고 있는데 경찰이 ‘왜 기도를 빨리 하느냐’고 개입할 수 있겠나”라며 “경찰이 은행에 들어가 은행장에게 ‘점심 기도시간이니 문을 닫으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를 안정시키려면 무엇이 안정의 뿌리인지 알아야 한다”며 “불안을 조성하는 건 빈곤이고 실업”이라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경찰이 이런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 요소를 없애려고 하지는 않으면서 부차적인 종교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이란 경찰의 임무는 치안 유지와 정보 수집활동으로 옮겨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여성의 복장을 단속하거나 비(非)이슬람 신도를 감시하는 종교감시 업무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이란 유력 성직자 아야톨라 나세르 마카렘 시라지는 27일 “대통령의 언급은 부정적 영향을 주고 적절치 않다”며 “그런 발언은 사람들에게 도덕적 타락에 오염돼도 좋다는 신호를 준다”고 반박했다.

원로 성직자 아야톨라 사피 골파예가니도 “정치 지도자들은 말하는 데 더 주의해야 하고 종교에 신실한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나 모하마드 알리 압타히 이란 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종교계 원로들이 왜 이런 명확한 말을 비판하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이 스스로를 종교의 기준으로 여긴다면 사회는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로하니 대통령을 옹호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힘과 채찍으로 천국에 갈 수 없다”며 사회의 통제되고 경직된 분위기를 비판했다가 이슬람교의 주요 가르침인 ‘권선징악’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샀다.

이란 보수파는 권선징악의 원칙을 아예 법제화해 경찰은 물론 보수 단체에도 이슬람에 어긋나는 행위를 단속하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종교를 내세워 국민의 일상을 공권력이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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