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문화부, 치마부에의 ‘조롱 당하는 예수’ 수출 30개월 금지하고 모금하기로

佛 문화부, 치마부에의 ‘조롱 당하는 예수’ 수출 30개월 금지하고 모금하기로

임병선 기자
입력 2019-12-25 05:03
업데이트 2019-12-2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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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자료사진
로이터 자료사진
프랑스 정부가 지난 9월 북부의 한 농가 부엌에서 발견돼 다음달 경매를 통해 2400만 유로(약 313억원)에 팔린 13세기 이탈리아 화가 치마부에의 작품 ‘조롱당하는 예수’가 다른 나라로 넘어가지 않게 막겠다고 공표했다.

프랑스 문화부는 성탄 전야에 성명을 발표해 프랑크 리에스터 장관이 문화재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 그림의 해외 수출을 30개월 동안 막고 기금을 모금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보로 인정하는 의미라고 영국 BBC는 지적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매사는 낙찰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칠레 출신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작품 전문 수집가들이라고 보도했다.

모금을 하는 이유는 이 작품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치마부에의 다른 작품 ‘Maest?de Santa Trinita’와 나란히 전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성명은 또 이 작품이 좋은 보존 상태이며 치마부에의 목판 성상화 여덟 작품 가운데 미국 뉴욕 프릭 컬렉션이 소장하고 있는 ‘채찍질 당하는 예수’,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두 천사와 함께 한 동정녀와 아기’보다 많은 것을 드러낸다며 작가가 새로운 표현언어, 특히 “예수의 얼굴을 인간의 관점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과 사람들의 표정이나 여백을 표현해낸” 것이 돋보인다고 강조했다.

가로 20.3㎝, 세로 28.5㎝의 목판에 그려진 이 작품은 치마부에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과정의 여덟 장면을 그린 목판 성상화의 일부로, 예수가 사람들에 둘러싸여 조롱당하는 모습을 담았다. 프랑스의 감정가들은 적외선 분석법을 통해 이 작품이 치마부에가 그린 진품임을 확인했다. 이 그림은 파리에서 북쪽으로 90㎞ 거리의 소도시 콩피에뉴에 거주하던 90세 할머니가 집에 보관해오다 우연히 감정을 의뢰해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그녀는 이 그림이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 되고 값어치 없는 러시아 성화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경매사 필로메네 볼프는 양로원으로 옮긴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농가를 처음 찾았는데 이미 팔려 비워진 상태였다. 일주일 정도 목록을 작성하며 정리했는데 툭 트인 주방 벽에 걸려 있었다. 그녀의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 재활용 쓰레기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방송은 전했다. 화로 바로 위에 걸려있었기 때문에 때가 많이 끼긴 했지만, 보존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고 경매사 악테옹 측은 밝혔다. 악테옹은 스타일, 금으로 칠해진 배경, 포플라 나무 목판 뒷부분의 연결 부위 등 모든 것을 종합할 때 이 그림이 치마부에가 그린 목판 성상화의 일부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마부에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무대로 활동한 르네상스 시대 화가로, 비잔틴 예술의 전통을 이어받았으며 피렌체파 화가들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르네상스를 이끌어 조금 더 자연스러운 화풍을 자랑했다. 미술사가들은 치마부에가 목판에 그린 성상화가 10개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그림에 자신의 서명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작품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는 비잔틴 양식의 전통에서 벗어나 인간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묘사한 피렌체 화풍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포플라 판넬에 금칠 된 테두리를 갖고 있어 그저 성상화로만 여기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방송은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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