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가에서 들려온 “날 좀 꺼내줘” 웃음 참느라 힘들었던 장례식

무덤가에서 들려온 “날 좀 꺼내줘” 웃음 참느라 힘들었던 장례식

임병선 기자
입력 2019-10-15 08:54
업데이트 2019-10-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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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브래들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이 일년 전 고인이 직접 녹음한 “날 좀 꺼내줘”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자 웃음을 참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BBC 동영상 캡처
세이 브래들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이 일년 전 고인이 직접 녹음한 “날 좀 꺼내줘”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자 웃음을 참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BBC 동영상 캡처
고인의 얼굴만 봐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딸 안드레아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고인의 얼굴만 봐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딸 안드레아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아버지는 세상을 뜨기 한참 전부터 “제발 내 장례식에서 울지 말고 웃어라”고 당부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진행된 셰이 브래들리(62)의 장례식에 참석한 친지와 친구들은 마구 웃어댔다. 바닥에 세워둔 스피커에서 고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는데 “안녕 안녕 안녕 날 좀 꺼내줘!”란 것이었다. 관 뚜껑을 똑똑 두드리는 효과음까지 넣었다. 이어 “다시 안녕 안녕! 이제 작별해야겠네, 안녕”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울음을 참느라 애써야 할 추모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거나 키득거렸음은 물론이다.

레딧 닷컴에 올라온 동영상을 본 이들은 13만 6000명을 넘겼다고 영국 BBC가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오래 지병을 앓아 고생했는데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일년 전 아들 조너선(41)과 점심을 들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곧바로 휴대전화에 녹음했단다. 노크 음향은 커피테이블을 본인이 직접 두들겨 냈다.

조너선은 BBC에 아버지가 “사람들을 늘 웃게 만들고 싶어한 큰 인물이었다”며 “그는 모든 이들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기억할 수 있게 하길 원했고, 특히 엄마를 비롯해 모든 이들이 장례식을 눈물바다로 만들지 않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많은 이들이 지지의 글을 보내준 데 대해 놀랐다며 “녹화되는 줄도 몰랐다.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순간이 될 것 같다. 오늘 아침 일어나 비로소 이 일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딸 안드레아는 해시태그 #셰이의 마지막 웃음(Shayslastlaugh)를 붙여 트위터에 올리면서 아버지는 “그런 남자였다. 우리가 믿을 수 없는 슬픔에 잠겼을 때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영원히 사랑할거야 아빠곰”이라고 적었다.

동영상을 본 이들은 고인도 대단하지만 슬픈 장례식에서도 즐거움을 엿볼 수 있는경험을 공유할 기회를 선사한 데 감사하다고 밝혔다. 레딧 닷컴의 제스플릭(jessflyc)은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떠나간 아버지의 얘기를 들려줬다. “검시관이 시신을 거둬가려고 집에 찾아와 초인종을 눌렀는데 갑자기 징글벨 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족들 모두 자지러졌다. 우리가 키득거리며 문을 열었을 때 검시관은 가족 전체가 미쳤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한 캐나다 퇴역 군인은 아버지의 유해를 담은 상자가 배달됐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고 했다. 나이 든 이모가 달려가더니 “누가 보냈수? 안에 좋은 게 든 것 같은데”라고 말해 어머니와 함께 웃음을 참느라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는 것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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