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최연소 극우 대통령 등장…“EU·러에 악몽될 수도”

폴란드 최연소 극우 대통령 등장…“EU·러에 악몽될 수도”

입력 2015-05-26 14:23
수정 2015-05-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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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서 ‘극우 민족주의’ 성향 우려 목소리

폴란드. 정식명칭이 폴란드공화국으로, 중부유럽 대평원에 자리 잡은 나라다. 북동쪽으로는 러시아의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동쪽으로는 리투아니아·벨로루시·우크라이나, 남쪽으로 슬로바키아와 체코, 서쪽으로는 독일과 국경을 접하며, 북쪽으로는 발트해에 면하고 있다.

면적이 31만 2천685㎢로 우리나라보다 약 3.5배 넓고(세계 70위),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인구가 약 3천834만명(세계 34위), 국내총생산(GDP) 5천522억 달러(세계 23위)인 나라다. 1980년대 레흐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 연대를 중심으로 민주화 운동이 꾸준히 전개돼 우리에게도 낯익은 국가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국으로, 지난해 4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을 계기로 미국산 대공 미사일 방어망 도입을 서두르는 등 대(對)러시아 경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대통령제가 가미된 내각책임제를 운용해 총리의 권한이 막강하지만 대통령 역시 군 최고통수권과 각종 법률에 대한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2010년 4월 제4대 대통령이자 극우 민족주의자였던 레흐 카친스키가 러시아를 방문하던 중 전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고 2010년 8월부터 브로니소브 코모로브스키가 제5대 대통령을 맡아 왔다.

지난 24일 대선 결과, 폴란드의 제6대 대통령으로 43살의 사실상 정치 신인인 안드레이 두다 후보가 당선됐다. 폴란드 선관위는 최종 개표 결과, ‘법과 정의당’(PiS) 소속의 두다 후보가 51.55%를 득표해 48.45%를 얻은 현 대통령 코모로브스키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두다 당선자는 폴란드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오는 8월 6일 정식 취임한다고 한다.

변호사 출신으로 2000년대 초반 진보성향 정당인 자유동맹에 가입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06년 법무부 차관을 역임하고 지난해부터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법무부 차관을 지내다 2010년 당시 카친스키 대통령이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그의 비서를 역임했다.

이런 짧은 정치이력 등 탓에 두다 당선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다만 두다 당선자가 이끄는 ‘PiS’가 극우 보수의 민족주의 정당으로, 그가 집권하면 폴란드의 대외 정책이 크게 바뀔 것이란 분석이 폴란드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폴란드의 독립적인 정치분석가들은 두다의 당선이 폴란드 대외정치에서 변혁의 시기를 예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25일 전했다. 폴란드 사회문제연구소의 야체크 쿠하르치크 소장은 폴란드의 외국과의 관계는 두다 당선자가 ‘현안에서 중도·중용의 입장을 취하는지’ 아니면 ‘민족주의 정당인 PiS의 영향에 몰입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폴란드가 독일과 갈등 국면에 들어서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수사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폴란드의 대외정책이 악몽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는 러시아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러시아 고등경제대학 국제경제·국제정치 학부 부학장인 안드레이 수즈달체프는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 이하 A&F) 25일자 인터넷판과 인터뷰에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안드레이 두다는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현 폴란드 대통령(코모로브스키)이 우리에겐 훨씬 더 이해할만한 인물이었다. 물론 코모로프스키가 러시아에 매우 가혹했지만 러시아 지도부를 비난한 것이었을 뿐, 러시아 국민에 대해서는 어떠한 적대행위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선명한 민족주의자가 폴란드의 최고 권부에 올랐다. 그는 발언을 자제하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뭔가 선명한 대외정책들을 통해 자신의 인기를 강화하고 승리를 쟁취하려 할 것이다.”

이어 “이런 행동들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향은 러시아일 것”이라면서 “나는 러시아-폴란드 관계가 훨씬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러시아 지도부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가를 향한 모욕적 언사들도 나오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수즈달체프는 두다 당선자가 엄격한 민족주의자였던 카친스키 전 대통령의 노선을 어느 정도 따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두다 당선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절제되지 않은 다양한 발언을 내놓는 등 지나치게 선동주의적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루카셴코(벨로루시 대통령)와 어느 점에서는 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EU가 낙관할만한 상황도 아니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EU와의 관계에서도 긴장이 야기될 것으로 생각한다. 두다는 폴란드의 유로존 가입에 반대하는 인물이다. 그는 EU를 상대로 폴란드의 경제와 정치에 대한 더 많은 지지를 요구할 것이며 EU보다는 폴란드 자체에 더 천착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수즈달체프의 우려는 더 가중된다.

”(이로 인해 EU와도 문제가 야기될 것이며) 동부 유럽과 중부 유럽에서 그래 왔던 것처럼 이 모든 문제의 죄인은 러시아가 될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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