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정치인 리언 브리턴도 의혹 대상 “조사위 구성… 모든 자료 넘겨받을 것”
유명 화가 롤프 해리스의 아동 성추행 파문으로 촉발된 영국 내 논란이 정부의 전방위 조사로 이어지게 됐다. 논란의 초점은 정부가 각 분야 유명인의 아동 성추행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축적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추가적인 피해를 사실상 방조한 게 아니냐는 데 맞춰져 있다.8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아동 성추행 문제를 다룰 조사위원회를 구성, “여기에 모든 자료들을 다 이송해 조사를 진행토록 하겠다”는 테리사 메이 내무부 장관의 발언을 전했다. 이 논란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유명인의 아동 성추행 논란 때문이다. 예술가가 아니라 연예인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는 하지만 해리스는 영국 여왕의 초상화를 그릴 정도로 유명한 화가다. 그런 그가 1960~198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아동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는 1970~1980년대 전성기를 누린 TV 스타로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았으나 2011년 사망 뒤 유아 성추행 사실이 낱낱이 밝혀진 지미 세빌 사건에 이은 것이어서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가했다. 지금은 대처 정권 시절 내무장관을 지낸 보수당 원로 정치인 리언 브리턴에게까지 의혹의 불길이 번져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들의 아동 성추행 행각이 10~20년에 걸쳐 장기간 진행됐고, 각종 소문과 증언들이 계속 번져 나갔으며, 이 때문에 정보 당국이 이들에 대한 구체적 첩보까지 수집했었다는 점이다. 메이 장관은 “공직기밀유지법 등 관련 법률 등을 검토해야겠으나 기본적으로 전현직 공무원 그 어느 누구라도 아동 성추행에 대한 모든 사실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아동 성추행이 단순히 아동인권 문제가 아닌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야당인 노동당은 “정보 당국이 과연 순순히 관련 정보를 모두 다 내놓겠느냐”며 정부를 몰아붙인 반면, 여당인 보수당은 “피해 아동과 관련된 내용이 그냥 공개되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4-07-09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