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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 수상자가 요리책을, 남다른 음식 철학 한가득

노벨 경제학 수상자가 요리책을, 남다른 음식 철학 한가득

임병선 기자
입력 2021-11-15 12:33
업데이트 2021-11-1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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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자료사진
AFP 자료사진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제학과 교수가 이번주 책을 출간한다. 빈곤의 원인과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연구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그가 쓴 책 제목은 놀랍게도 ‘당신의 목숨을 구하는 요리(Cooking to Save Your Life)’라고 영국 BBC가 15일 전했다.

열다섯 살 때 처음 손수 조리를 해봤다고 털어놓은 인도 출신의 이 경제학자는 “지난 40년 넘게 수천 가지의 요리를 맨처음 개발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출판사는 “아브히지트가 경제학 연구보다 요리를 더 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책에서 래즈베리(나무딸기)를 세비체(날생선 샐러드)나 달 쟁반에 담을 때 채찍질하듯 치대지 말라거나 어느 때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래즈베리 세비체를 정교하게 달 쟁반으로 문지르라고 알려주기도 하는데 “겨울날 보드라운 숄로 감싸듯” 하라고 재미있는 표현을 동원하기도 한다.

책은 성탄절을 앞둔 처남에게 조리법(레시피)을 알려주는 식으로 기획됐는데 그는 집필하면서 요리사로서의 본능과 통찰력을 버무리는 데 집중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요리는 사회적 행동”이라며 “맥락이 있게 마련이다. 때때로 음식은 가족에게 전해진 선물이기도 하며 유혹하는 행위이기도,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책에는 어떤 순간에 어떤 요리가 필요한지도 제시돼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식 병아리콩 수프는 결혼 프러포즈할 때 하면 좋다. 엄청나게 맛있으면서도 조리하기 간편한 벵갈식 생선 스튜는 잘난체하는 친구를 놀래킬 때 좋다. 모로코식 샐러드는 시댁 식구들과의 만남이 끝날 때 내가면 좋다. 또 방글라데시 볶음밥인 비랴니는 간밤의 숙취를 해소하는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보통 요리책에는 선명하고 색깔 대조가 잘 되는 컬러 음식사진으로 도배되는데 그의 책에는 저자와 어울려 조리하기도 하는 가족의 오랜 친구 셰인 올리버가 정성들여 그린 그림들이 들어갔다. 올리버는 “음식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취향에 집중하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책이 다른 요리책과 차별화되는 대목은 요리를 너그러운 행위로 찬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요리하게끔 만드는 것들로 부러움, 자부심, 필요성 등 다양한 분위기와 압력으로 설명하는 데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해서 그의 책은 숙련된 요리사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조리법을 넘어선 교훈을 전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난한 이들이 부자보다 더 살기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을 증명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는데 이 책을 쓰면서 발견한 것은 보통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상관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영양가를 뛰어넘는다는 것이었다. 서민들이 시간도 없고, 찬거리도 변변찮아 뚝딱 대충 만들어 먹는 음식도 양심적인 노동을 통해 얻어진 한끼라면 충분히 완벽한 음식이란 얘기다.

네팔부터 이탈리아 시칠리까지 그의 요리는 폭넓은 것들을 끌어와 하나로 버무렸다. 그는 또 달 음식을 “인도가 인류 문명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라고 높이 샀다. 그는 달 조리법만 20가지가 넘지만 세 가지로만 분류해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4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기조연설, 6월 제주 포럼에 참석해 원희룡 당시 지사와 대담하는 등 차기 대선 쟁점 중 하나인 기본소득 개념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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