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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재판 날, 플로이드처럼 당한 아시아계

플로이드 재판 날, 플로이드처럼 당한 아시아계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3-30 20:40
업데이트 2021-03-3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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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하철서 흑인에게 구타·목 졸려
피해자 기절할 때까지 아무도 안 말려
뉴욕경찰 증오범죄팀 가해자 공개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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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를 질식시켜 사망케 해 2급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헤너핀카운티 법원 주변에 운집한 시위대가 29일(현지시간)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미네소타 AFP 연합뉴스
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를 질식시켜 사망케 해 2급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헤너핀카운티 법원 주변에 운집한 시위대가 29일(현지시간)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미네소타 AFP 연합뉴스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무릎으로 질식시켜 사망케 한 백인 경찰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29일(현지시간), 뉴욕 경찰은 지하철 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무차별 폭행으로 기절시킨 흑인 검거에 나섰다. 흑인들은 지난해 미 전역을 휩쓴 시위로 백인의 인종차별을 호소했지만, 현재 아시아계 미국인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얽히고설켜 풀기 힘든 미국 내 인종 간 갈등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셈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전 경찰관 데릭 쇼빈에 대한 첫 재판에서 검찰은 “플로이드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쇼빈은 자신의 무릎으로 그의 목과 등을 짓눌렀다”고 말했다.

또 플로이드가 목을 짓눌린 시간은 기존에 알려진 ‘8분 46초’가 아닌 9분 29초라며 당시 동영상을 배심원들에게 보여 준 뒤 “이것은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를 촉발시킨 해당 사건 관련 재판이 열리자 많은 흑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또다시 울분을 토했다.

그런데 이날 SNS에서는 아시아계를 구타하는 흑인의 동영상도 빠르게 퍼지면서 충격을 주었다. 뉴욕경찰 증오범죄전담팀이 공개한 영상에는 건장한 흑인이 뉴욕 지하철 안에서 아시아계 남성을 일방적으로 때리더니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지하철에서 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주변의 시민들은 그만하라고 말만 할 뿐 아무도 제지하려고 나서지 않았다.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은 NBC방송에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 증가가 역겹다”고 말했다.

또 뉴욕포스트는 이날 오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흑인 남성이 마주 오던 아시아계 여성(65)의 배 부위를 이유 없이 강하게 걷어찼다고 보도했다. 뉴욕경찰 증오범죄전담팀이 공개한 영상에서 흑인 남성은 바닥에 쓰러진 여성의 머리를 발로 3차례나 강력하게 내리찍은 뒤 현장을 떠났다. 그는 여성에게 욕설과 함께 “넌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앞 건물에서 두 명의 경비가 이를 지켜봤지만 범인을 쫓지는 않았다.

백인 로버트 애런 롱(21)에게 아시아계 여성 6명 등 8명이 희생된 애틀랜타 총격 참사 후 백인의 혐오범죄에 희생돼 온 흑인과 아시아계의 연대가 강조돼 왔다. 하지만 빠르게 경제력이 성장한 아시아계와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흑인 사이의 갈등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1991년 흑인 청년 로드니 킹에 대한 경찰들의 무차별 폭행으로 촉발된 흑인들의 LA 폭동 때 한인타운이 공격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1-03-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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