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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된 인셉션의 그녀 “이제 온전한 내가 됐다”

‘그’가 된 인셉션의 그녀 “이제 온전한 내가 됐다”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3-17 22:40
업데이트 2021-03-18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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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엘리엇 페이지, 트랜스남성 첫 타임 표지 등장

아역부터 여성스러운 모습 강요당해
인셉션·엑스맨 촬영 땐 공황장애까지
사진·영화 속 내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영향력 큰 인사들, 잘못된 인식 퍼뜨려
차별받는 성소수자들에게 도움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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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인터뷰를 실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트랜스젠더 남성으로서 커밍아웃한 후 처음 한 인터뷰에서 그는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과 억압을 상세히 전하며 자신 역시 다른 성소수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타임 트위터 캡처
16일(현지시간)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인터뷰를 실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트랜스젠더 남성으로서 커밍아웃한 후 처음 한 인터뷰에서 그는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과 억압을 상세히 전하며 자신 역시 다른 성소수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타임 트위터 캡처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신호 표지를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34)로 장식했다. 타임 표지에 커밍아웃한 트랜스 남성이 실린 것은 처음인데 미국, 영국 등 서구 사회는 물론 한국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트랜스젠더 차별에 정면으로 맞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6일(현지시간) 타임에 실린 인터뷰에서 페이지는 어릴 때부터 느낀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배우 생활을 하며 겪은 어려움,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한 투쟁에 대해 얘기하며 “이제 나는 온전한 내 자신”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이후 처음 이뤄진 인터뷰다. 페이지는 커밍아웃 당일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40만명 늘어나는 ‘파장’을 경험했고, 또한 최근작인 넷플릭스의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 맡았던 배역을 올해 촬영되는 시즌3에서도 계속 연기하도록 ‘지지’를 받았다.

인터뷰에서 ‘그’(He·him)로 지칭되는 페이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받아들이는 것과 남들이 인식하는 모습 사이 괴리가 컸다고 돌아봤다. 그는 “아홉 살 무렵 머리를 짧게 자른 뒤 처음 느낀 성취감을 기억한다”며 “다른 사람이 보는 소녀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역 배우로 데뷔하며 자주 ‘여성스러운’ 모습을 강요당했고 그때마다 불편함을 느꼈다. ‘엑스맨’ 시리즈와 ‘인셉션’ 등 블록버스터 영화를 촬영할 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 우울증, 공황장애까지 앓을 정도였다. 그는 “오랜 시간 사진 속 내 모습을 제대로 못 봤다. 내가 출연한 영화도 보기 힘들었다”며 “그저 존재하는 것에 지쳐 연기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 트랜스 남성임을 공언하며 도덕적인 책임감도 일부 느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성소수자로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함께 만연한 트랜스젠더 차별을 없애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등 정책 변화를 이끌었지만, 한편에선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작가 조앤 롤링 등의 과격한 비난이나 조롱도 계속되고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실업과 빈곤을 겪으며 의료 서비스를 거부당하는 일도 많다.

이에 대해 페이지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트랜스젠더에 대해 잘못된 신화를 퍼뜨린다. 우리는 매일 우리 존재에 대한 논쟁을 보고 있다”며 “트랜스젠더는 실재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백인이며 경제적으로 부유한) 특권을 누리며 현재의 위치에 있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른 성소수자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인간의 정체성은 복잡하고 불가사의하다. 사람들의 다양성을 축하할 수 있다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3-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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