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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룰라 “난 사법농단의 피해자”

돌아온 룰라 “난 사법농단의 피해자”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21-03-11 22:16
업데이트 2021-03-12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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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판결 이후 첫 연설서 건재함 과시
자신 체포했던 前 법무부장관 등 비난
대선 출마 선언 없었지만 출정식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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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상파울루주 상베르나르두두캄푸시에 있는 금속노조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상파울루 AFP 연합뉴스
브라질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상파울루주 상베르나르두두캄푸시에 있는 금속노조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상파울루 AFP 연합뉴스
“나는 사법농단 피해자였다. 나라는 광기에 장악됐다. (27만명이 죽는 동안) 이 나라에 정부는 없었다. 무정부 상태였다.”

2000년대 남미 ‘핑크 타이드’(선거를 통한 진보 집권)의 구심점이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6)가 귀환했다. 2003~2010년 브라질 대통령인 룰라는 온건한 개혁으로 퇴임 직전까지 80%대 지지율을 유지한 인물이다. 그러나 2016년 자신의 후계자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2년 뒤 룰라 자신도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며 무너졌다. 그랬던 룰라가 10일(현지시간) 80분 동안의 연설로 건재함을 알렸다. 그에게 내려졌던 유죄 판결 전부가 절차상 하자 때문에 무효라는 연방대법원 판결 이틀 만에 룰라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상파울루시 근처 금속노조 건물에 마련된 무대에 올랐다.

연설의 많은 부분은 ‘남미의 스트롱맨’ 자이르 보우소나루(65) 대통령이 팬데믹 동안 드러낸 실정을 비판하는 데 할애됐다. 룰라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가족을 부양할 급여를 받지 못했다”면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룰라는 또 백신을 불신하며 오락가락 공급 정책을 편 보우소나루의 행보를 상기시킨 뒤 “백신 공급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얼마나 염려하는지에 관한 문제”라고 일갈했다.

연방판사 시절 룰라를 체포했던 세루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도 저격했다. 룰라는 자신이 부패 혐의로 수사·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부인과 동생이 사망했고 동생 장례식에는 참석도 못 했다며 비통해했다. 그는 자신이 “500년 브라질 역사 최대의 사법농단 피해자였다”고 주장했다. 모루가 룰라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사들과 담합 모의를 한 정황을 염두에 둔 주장인데, 이 정황들이 지난해 현지 언론을 통해 밝혀진 뒤에야 룰라의 유죄 판결들이 무효가 됐다.

연설장의 열기는 내년 치러지는 대선의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그러나 룰라는 이날 2022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적절히 답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고령임에도 룰라를 제외한 대선 후보가 노동자당에 없긴 하지만, 룰라가 피선거권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연방대법원의 또 다른 결정이 필요한 터라 말을 아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출마 선언은 없었지만, 룰라는 연설 중 “세계는 가능하다. 그러니 투쟁하자”며 의지를 드러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룰라와 노동자당 집권 시기의 구호이다.

룰라의 출마가 실현된다면, 그가 연설 중 저격한 두 명이 유력 경쟁자가 된다. 룰라와 보우소나루 간 2파전이 아닌 모루까지 3파전 양상이 된 이유는 룰라가 수감돼 있는 동안 한배를 탔던 둘의 사이가 벌어져서다. 보우소나루는 2019년 취임과 함께 연방판사였던 모루를 법무부 장관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측근 비리를 조사하던 경찰청장을 법무부와의 상의 없이 교체한 데 반발해 모루는 장관직을 사퇴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21-03-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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