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속출… 안타까운 사연들
현장서 가족사진 담긴 전단지 배포“노인이든 아이든 돌아오기만 바라”
아파트 화재 부상자 옮기는 홍콩 구조대
27일(현지 시간)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참사 현장에서 구조대가 부상 여성을 이송하고 있다. 전날 발생한 대형 화재로 지금까지 소방관 포함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5.11.27. AP 뉴시스
“벌써 거의 24시간이 지났어요. 우유를 못 마시면 우리 아기가 죽을 거예요… 구조됐는지 알려 줄 수 있나요?”
생후 6개월 된 아기의 어머니인 홍콩 주민 위니 허이는 27일 “어제 오후부터 아이를 돌보고 있던 시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애타는 마음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전했다.
전날 홍콩 타이포의 대형 아파트 단지를 덮친 화마로 갑작스레 가족과 친지를 잃은 이들의 사연이 속속 알려지며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건물 전체 층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공기 중엔 재가 날리고 불탄 플라스틱의 악취가 풍겼다. 현장에선 실종자를 찾는 가족들이 망연자실해 있거나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한 여성은 화재 이후 실종된 다섯 살 딸 한나 청, 가정부 메리안의 사진이 담긴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었다.
76세의 은퇴한 건설 노동자 람모씨는 SCMP 인터뷰에서 “화재로 80세 형을 잃었다”며 울먹였다. 그는 27일 새벽 부상자 및 사망자 유가족 지원 임시 데스크가 마련된 프린스 오브 웨일스 병원에서 형수와 조카를 찾았으나 “실종자 명단에 없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근 주민들은 화재가 확산하는 것을 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며 무력하고 비통한 심정을 호소했다. 50대 주부 셜리 찬은 “불이 나는 것을 지켜봤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57세의 한 타이포 주민은 “재산 피해는 어쩔 수 없으니 노인이든 아이든 모든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60대 남성 위엔은 AFP통신에 “이 동네에는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는 고령 주민이 많은데, 다들 당장 잘 곳도 없다”고 토로했다. 사회복지사와 시민들은 현장에서 대피한 노인들에게 담요, 베개를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29세 자원봉사자 로건 융은 구조 작업이 끝날 때까지 현장에서 지원을 계속하겠다며 “마음이 매우 아프다”고 말했다.
2025-11-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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