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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또 전쟁하면 지원한다더니 김일성 무력통일 구상 외면”

“마오, 또 전쟁하면 지원한다더니 김일성 무력통일 구상 외면”

입력 2016-09-19 15:27
업데이트 2016-09-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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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은 만들어진 신화”…선즈화 中교수 저서서 비화 공개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전 중국 국가 주석은 김일성(金日成·1912∼1994) 북한 주석에게 또 전쟁이 나면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그가 한반도 무력통일 구상을 승인받으려 하자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북·중 관계 전문가 선즈화(沈志華) 중국 화둥사범대 교수는 일본에서 최근 펴낸 ‘최후의 천조(天朝) 마오쩌둥·김일성시대의 중국과 북한’(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에서 북중 ‘혈맹관계’의 이면을 파헤쳤다.

중국은 한국 전쟁 때 참전해 북한을 지원했으나 마오쩌둥은 나중에 김일성의 한국전쟁 개시 결정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마오쩌둥이 “김일성은 전쟁을 발동한 것은 큰 잘못이었음에도 아직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김일성은 “중국의 정책은 결국 북한을 자신의 식민지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고 하는 등 이들이 소련 고관 등과의 회담에서 드러낸 상대에 대한 불만이 책에 실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마오쩌둥은 그런데도 북한이 다시 전쟁하면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처럼 말한 적도 있다.

선 교수의 책은 마오쩌둥이 1958년 12월 6일 김일성과의 회담에서 장래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나면 “우리는 무상으로 여러분에게 무기를 공여하겠다”고 했으며 “여러분의 기관, 학교, 공군은 이사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이사해도 상관없다”는 말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1950년대 후반 중국은 소련의 관계가 좋지 않았고 이 무렵 마오쩌둥은 북한에 부쩍 다가서는 언행을 보였다.

마오쩌둥은 김일성에게 “(중국) 동북부는 여러분의 후방이며 모두 여러분의 것이다”고 하기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소련의 관계가 더 악화하자 1963년 5월 유사시에는 중국 동북부를 김일성의 ‘통일적 지휘’에 맡긴다는 발언까지 했다는 주량(朱良) 전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증언도 책에 실렸다.

마이니치는 마오쩌둥이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해석했다.

전쟁을 지원하겠다는 마오쩌둥의 발언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결국 공수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책은 김일성이 1975년 4월 마지막 회담 때 한반도를 무력통일하는 구상을 승인받으려고 했으나 마오쩌둥이 이를 사전에 파악하고 차단한 일화를 실었다.

김일성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패배와 공산당의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그들(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승리는 우리의 승리와 같다”며 “우리의 공통된 승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한반도 무력통일로 화제를 바꾸려 했으나 마오쩌둥이 “나는 정치 이야기는 이제 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 이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던 중국이 북한의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 교수는 “당시 중국은 경제 재건이 최우선이었다”며 “만년의 마오쩌둥은 자신의 혁명 이념과 현실의 괴리에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런 화제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고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마오쩌둥 시대에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고대 중국의 중앙 왕조가 주변 국가에 보여준 자세와 같다”며 “중국을 종주국으로 인정하는 종속국에는 필요한 것을 모두 준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마오쩌둥은 고서 독서량이 많아 이런 전통적 사상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다”며 중국 북동부가 북한의 것이라는 발언도 지금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천조’(天朝, 천자<天子>의 조정을 제후의 나라에서 이르는 말)라는 개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1941∼2011)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대에 중국을 방문할 때 중국 동북부를 ‘시찰’하고 싶다고 언급하며 ‘부친(김일성)이 동북부는 우리 것이라고 얘기했고 마오쩌둥이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중국 측이 놀라서 기록을 조사하기도 했다고 관계 변화를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혈맹’(血盟)이라는 것은 북중 제1세대 지도자가 만들어 낸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에 꼭 맞는 대북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신화를 타파하고 북중 관계 역사의 진상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선 교수의 이야기를 전했다.

마오쩌둥이 김일성의 한국전쟁 결정을 비판했다는 내용은 지난해 연합뉴스 취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그는 1956년 9월 18일 방중한 북한 대표단에 “조선노동당의 생각과 과거에 의견(이견)이 있었다. 조선전쟁을 예를 들어보면 시작할 때 김일성에게 전쟁하지 말라고 일깨웠고 나중에 그에게 ‘적들이 후방에서 상륙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는 말을 한 것이 중국 개혁 성향 잡지 ‘염황춘추’(炎黃春秋)에 2013년 보도됐던 것이 지난해 확인됐다.

또 중국 정부 측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전쟁에 관해 “중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마오쩌둥의 발언이 1950년대 말 중국 지도부 회담록에 기재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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