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총 보고 쐈다’는 美경찰 주장, 사실과 다른 경우 많아”

“‘용의자 총 보고 쐈다’는 美경찰 주장, 사실과 다른 경우 많아”

입력 2016-09-15 09:10
수정 2016-09-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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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경찰의 총기 남용 문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용의자가 총기를 소지해 위협을 느껴 총을 쐈다”는 경찰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카고트리뷴이 14일(현지시간) 경찰에 의한 총격 사건 기록을 분석·보도한 바에 따르면 ‘총을 보고 쐈다’는 경찰 측 주장과 달리 사건 현장에서 총기가 발견되지 않아 경찰이 피해자 측으로부터 제소 당한 사례가 지난 5년 사이 최소 14건에 달한다.

14건 중 5건은 휴대폰 또는 휴대폰 액세서리를 총기로 오인한 데서 비롯됐고, 4건은 아무 증거물이 나오지 않았으며, 그외 주머니 속 지갑·손전등·산탄총 탄환·L자형 공구·약물 봉지 등이 오해의 원인이 됐다.

14명 가운데 7명은 사망했고 7명은 부상했다.

총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생존자 가운데 6명은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단 1명만 기소를 면했다. 그러나 기소된 6명 가운데 4명은 결국 무죄 판결을 받거나 기소 이유보다 경미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 사건은 거액의 피해 보상 소송으로 이어졌고, 가뜩이나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시카고 시는 주민 혈세를 경찰의 공권력 남용 문제 해결에 쏟아붓게 됐다.

현재 3건의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시카고 시는 지금까지 1천500만 달러(약 170억 원) 이상을 피해자 보상금으로 합의했다.

트리뷴은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경찰 총격으로 92명이 사살됐고 17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시카고 경찰 감독기관인 독립경찰수사국(IPRA)은 대부분 사건에 대해 일방적으로 경찰 편을 들었다. 시카고 사법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패했다는 비난을 듣는 이유다.

시카고 경찰국 소속 단테 서빈(47) 경관은 2012년 3월 흑인 밀집지구 공원에 사람들이 모여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한 남성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기를 총으로 오인하고 발포했다. 이 과정에서 곁에 있던 무고한 흑인 여성 레키아 보이드(22)가 머리에 총을 맞아 사망했다.

2011년 6월에는 비무장 흑인 용의자 플린트 파머(29)가 경찰 명령대로 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총격을 받고 숨졌다. 경찰은 파머가 총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휴대전화로 확인됐다.

시카고 시는 1999년 경찰이 차량 검문을 회피한 흑인 여성 라타냐 해거티를 총격 사살한 대가로 1천8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한 뒤 경찰 교육을 강화했지만, 비무장 시민이 경찰 총에 맞는 사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4년 10월에는 10대 흑인 단순 절도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17)가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16차례 집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으며, 지난달에는 경찰이 차량 절도 용의자 폴 오닐(18)을 인간 사냥을 방불케 하는 무자비한 총격으로 사살해 공분을 샀다.

맥도널드와 오닐에게 각각 발포한 두 경관은 “용의자가 총을 겨눠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으나, 두 용의자 모두 비무장 상태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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