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여성 로마 시장으로 당선된 비르지니아 라지 변호사가 20일(현지시간) 시내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로마 EPA 연합뉴스
지난 19일 이탈리아 지방 선거 결선투표에서 압승을 거둔 라지 시장은 이날 오후 로마 시내 무명 용사의 묘지에 헌화하는 것으로 시장으로서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늦은 오후에는 로마 중심가 캄피돌리오 언덕에 위치한 시청의 시장 집무실에 입성해 본격적인 시정에 착수했다.
라지 시장은 이에 앞서 1980년 6월23일 극우파의 무장 괴한에 암살당한 마리오 아마토 치안판사의 36주기 기일을 맞아 그를 기리는 연설을 하고, 이탈리아군과 민간인이 나치 병력에 맞서 함께 싸우던 3세기에 축조된 로마 남부의 아우렐리아누스 성벽을 방문하기도 했다.
로마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흔적이 서려 있는 장소를 잇따라 찾은 그는 “시장으로서 친애하는 로마 시민들과 사랑하는 이탈리아를 위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중요한 유산들을 잘 가꿔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작년 10월 집권 민주당 소속의 이냐치오 마리오 전임 시장이 공금으로 사적인 식사비를 지불했다는 의혹 속에 사임한 뒤 시장 업무를 대행해온 프란체스코 파올로 토론카로부터 시장직을 넘겨받는 공식 취임 절차는 없을 전망이다.
한편, 그는 시장 당선 이후 유럽 뉴스 채널 유로뉴스와 첫 인터뷰를 해 낭비되는 예산과 부패를 근절해 연간 12억 유로(약 1조5천700억원)의 예산을 확보, 공공 서비스 부문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빚더미 로마 살림을 꾸리며 도시의 고질적 불편과 만연한 부패를 해소해야 할 중책을 맡은 그는 최소 130억 유로(약 17조원)로 추산되는 로마시의 부채를 재산정하는 작업을 진행, 이자율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리가 높던 시절인 2008년에 정해진 이자를 그대로 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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