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관련 수사 급증에 인력·법적 제약 등 한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총기 난사범인 오마르 마틴이 과거 테러리스트와의 연계를 의심받아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FBI의 대테러 수사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서 최근 몇 년 사이 FBI가 잠재적 테러 용의자로 조사하고도 놓친 것은 이번까지 모두 세 번째다.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을 일으킨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와 지난해 5월 텍사스 주 갈런드의 모하마드 만평 전시장 주차장 총격범인 엘턴 심프슨도 해당 범행 이전에 FBI의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올랜도 총기 난사범인 마틴은 2013년과 2014년 적어도 2차례 FBI의 심문을 받은 요주의 인물이었다.
마틴의 회사 동료는 2013년 그가 자신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과의 연계 가능성을 주장하는 발언을 하자 신고했다. FBI는 그를 불러다 심문하는 등 10개월에 걸쳐 조사했지만, 발언의 실체 파악에 실패했다.
FBI는 이듬해 다시 미국인 자살폭탄범과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이면서 마틴을 심문했지만, 혐의를 찾지 못해 기소하지 않았다.
차르나예프의 경우도 2011년 러시아 정부가 극단주의 세력과의 연계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해 FBI가 조사를 벌였으나, 테러와 연계된 증거를 찾지 못해 수사를 종결했다.
미국인 이슬람 교도인 심프슨은 2006년 FBI가 애리조나 주에 테러 조직 건설을 시도한 것으로 지목한 인물과 접촉한 혐의로 일찌감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심프슨은 2010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테러 단체에 가담하려다가 수사 기관에 발각되고 나서 이와 관련해 거짓말을 한 혐의로 FBI의 감시를 받아왔지만, 범행을 감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안보 전문가들은 FBI가 디지털 시대에 증가하는 테러 위협을 막을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그간 FBI 수사에 직접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과거와는 다른 유형의 테러 위협에 직면한 시대적 변화와 수사 환경의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NYT는 FBI가 밀려드는 테러사건에 허덕이고 있는 동시에 헌법과 사생활 관련 규제, FBI 내부 규정 등으로 수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시애틀의 FBI 대테러 담당 전직 관리 데이비드 고메즈는 FBI가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전면적 수사를 하는 데 필요한 법적 기준에 대해 다시 논의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들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등이 인터넷을 통해 동조자들을 선동하는 새로운 경향에 맞설 수 있도록 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FBI가 50개 주에서 벌이고 있는 IS 관련 수사만 해도 거의 1천 건에 이른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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