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뭉치면 이긴다”…손 내밀기 주저하는 美공화당 주류

크루즈 “뭉치면 이긴다”…손 내밀기 주저하는 美공화당 주류

입력 2016-04-08 08:06
수정 2016-04-0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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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크루즈의 공격 받은 당지도부 “트럼프 밉지만, 크루즈도 싫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경선에서 대승을 거둔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당의 ‘단합’을 주창하고 나섰다.

‘반(反) 트럼프’ 기치 하에 당내 모든 계파와 그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게 그의 메시지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항하는 당 대표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계산이 바닥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크루즈는 6일(현지시간) 뉴욕 브롱스의 한 식당에서 “우리는 공화당원들이 위스콘신에서 단합한 것을 봤다”며 “이것이 선거의 모든 것”이라고 강조하고 “우리가 하나로 뭉친다면 승리하겠지만, 분열하면 필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크루즈의 이런 메시지가 당 내부에서 화끈한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당 주류 측에서는 트럼프의 본선행을 저지하려면 크루즈가 불가피한 카드라고 여기면서도 크루즈를 드러내놓고 지지하려는 기류가 강하지 않다는 게 미국 언론의 보도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를 경멸하는 주류 공화당원들이 크루즈에 대한 지지를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크루즈가 오랫동안 당 주류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워온 ‘이력’이 작용하고 있다. 크루즈는 2013년 강경 보수주의 운동세력인 ‘티파티’ 세력을 등에 업고 상원에 입성한 이후 상·하원의 당 지도부를 거칠게 몰아세우고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기능정지)을 압박하면서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왔다.

특히 하버드 법대 토론클럽 출신으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비타협적인 성품을 갖고 있어 당 주류 인사 대부분을 적으로 돌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상원에서도 비호감형 인물로 꼽히고 있어 ‘우군’이 거의 없다고 정가 소식통들은 전했다.

WP는 공화당 지도부가 여전히 트럼프뿐만 아니라 크루즈도 반대하면서 중도온건 노선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또는 의외의 후보가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후원자인 억만장자 프랭크 반더슬룻은 WP에 “트럼프를 막는 게 제1의 목표이고 그러려면 크루주를 중심으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나 나 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들 모두 크루즈를 매력적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7월 중재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제3의 선택’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는 그나마 자신을 지지해준 필 그램(텍사스)·마이크 리(유타) 상원의원을 앞세워 공화당 의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크루즈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특히 오는 19일 뉴욕이 크루즈의 경선 행보를 좌우하는 결정적 분수령으로 떠올랐지만, 현지 공화당 의원들의 표정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하다. 피커 킹(뉴욕) 하원의원은 “나는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다만 케이식을 존경하고 크루즈는 존경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공화당의 ‘큰손’들도 아직 확실하게 크루즈를 밀어주려는 분위기는 아니다. 크루즈가 과거 월스트리트를 공격하고 대형 자본가를 ‘특수이익 집단’으로 몰아세운 데 대한 ‘구원’(舊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 공화당 후원자들이 반 트럼프 전선을 구축한다는 명분 하에 크루즈를 후원하려는 움직임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뉴욕 주 버펄로의 사업가인 앤서니 H. 지오이아는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말했다.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당 후원그룹인 ‘니커보커 그룹’에 속한 뉴욕 투자가인 존 A. 캐시마티디스는 NYT에 “많은 사람이 크루즈를 다시 들여보고 있다”며 “트럼프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선을 도중에 접은 젭 부시와 마르코 루비오를 밀었던 일부 공화당 후원자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크루즈를 위한 선거자금을 모금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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