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점잖아진 美공화 토론…트럼프 ‘대선후보 모드’ 전환

갑자기 점잖아진 美공화 토론…트럼프 ‘대선후보 모드’ 전환

입력 2016-03-11 16:25
수정 2016-03-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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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격 사라진 12차 토론회…트럼프, 상대 공격에 평소와 달리 차분히 대응

그동안 경쟁자들끼리 인신공격과 막말로 얼룩졌던 미국 공화당 대선 토론회가 갑자기 점잖아졌다.

1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대학에서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을 사흘 앞두고 치러진 공화당의 12번째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상대 후보를 헐뜯었던 공화당 경선 주자들의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CNN에 따르면 이날 공화당 토론회에는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 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사회보장과 외교 정책, 이민법, 이슬람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격론을 벌였다.

먼저 트럼프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이 우리(미국)를 싫어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모든 이슬람교도를 의미하느냐’는 진행자 제이크 태퍼의 물음에 트럼프는 “많은 사람이 그렇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며 자신은 “엄청난 증오”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대답했다.

건강보험 적용과 관련해서 후보들의 의견 충돌도 있었다.

크루즈와 루비오는 전 국민의 건강보험 적용을 보장하려는 현 정부 정책을 지지한 트럼프를 향해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루비오는 트럼프의 구상이 “말이 되지 않는 숫자”라며 사기 범죄자 등을 빼더라도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선을 거듭할수록 트럼프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면서 그를 향한 공격이 많았다.

루비오는 트럼프를 겨냥해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생각 없이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것은 대통령의 자질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나는 차별적인 언어 사용을 피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맞섰다.

트럼프는 또 자신이 대의원수 확보에서 선두를 달리는 점을 고려한 듯 “대의원을 가장 많이 확보한 후보가 승리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를 저지해야 한다는 명분에서 ‘중재 전당대회’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상황을 견제한 발언이었다.

공화당 지도부가 루비오를 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크루즈도 트럼프와 뜻을 같이했다. 크루즈는 대의원을 가장 많이 확보한 주자가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동조했다.

트럼프는 1989년 중국이 군을 동원해 진압한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폭동’(riot)이라고 지칭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과거 중국의 ‘힘 보여주기’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지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강하고 힘 있는 정부를 말한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폭동을 진압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한 지도자’(strong leader)라고 말했던 것과 관련해선 “푸틴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강함이 좋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후보들 간 ‘견제구’가 오가곤 했지만 이번 토론은 이전과 비교해 확실히 ‘톤 다운’된 양상으로 흘러갔다.

그간 토론에서 ‘허풍쟁이’ ‘추잡한 사람’ 등 인신공격이 난무한 것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전 토론에서는 ‘성기 크기’ 관련 발언까지 나오면서 토론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트럼프는 루비오가 최근 유세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손 작은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 점을 언급하면서 손을 들어 보이며 “이게 작아 보이냐”고 말한 뒤 “이게 작다면 다른 어딘가도 작을 것이고, 장담하는데 나는 문제 없다”고 말했다.

CNN은 “이번 토론에서는 인신공격이 사려졌다”며 “특히 평상시 시끌벅적한 수사를 사용하던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톤 타운’하면서 토론에 임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실제로 지지자의 흑인 청년 폭행 등 공격적이며 논쟁적인 문제에 조용히 답하며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경선에서 승리를 거듭하는 트럼프가 ‘대선후보 모드’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바니 헨더슨 기자는 토론의 승자와 관련한 물음에 트럼프를 꼽으면서 “(공격적인) ‘쇼맨’은 사라지고 ‘대선후보’ 버전이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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