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테러 현장르포> 쌀쌀한 날씨 속 추모 발길…도심 활기 잃어

<파리테러 현장르포> 쌀쌀한 날씨 속 추모 발길…도심 활기 잃어

입력 2015-11-15 10:16
업데이트 2015-11-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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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사망자 낸 테러 현장엔 조화와 촛불 가득…대통령궁 조기 내걸려에펠탑·루브르박물관 개방 안해…극장·공연장·학교도 문 닫아

13∼14일(현지시간) 파리 테러로 100명가량이 숨진 프랑스 파리 시내 공연장 바타클랑 주변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시민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종료되고 나서 14일 오후 찾은 바타클랑에는 파리 시민이 하나 둘 모여들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시작했다.

파리 시민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꽃다발을 들고 와 출입이 통제된 공연장 대신 주변 건물 앞에 정성껏 놓았다.

또 꽃다발과 촛불 사이로는 시민이 써놓은 메시지도 보였다.

‘더는 이런 일이 없기를’, ‘자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적힌 종이도 눈에 띄었다.

희생자들을 위해 꽃다발과 촛불을 가져 놓는 시민은 아직 전날 밤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어떤 시민은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을 모은 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테러 현장 주변에서 만난 이곳 주민 플로랑스 드루에 씨는 “테러범들은 이슬람을 이야기하지만 종교와 무관하다”면서 “미친 테러범일 뿐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건 현장에는 여전히 경찰이 세워 놓은 철제 바리케이드가 바타클랑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대량 학살극이 벌어진 공연장은 천막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입구와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돼 있었다.

바타클랑 주변에는 경찰관들이 완전히 무장한 채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으며 범죄 현장 감식반이 건물 주변에서도 세밀하게 사건의 단서를 찾고 있었다.

경찰 통제선 앞에서는 수십 여대의 방송 카메라가 세워져 있었으며 프랑스 어뿐 아니라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여러 나라 언어로 기자들이 사건 현장을 긴박하게 전했다.

일부 시민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사건이 일어나 바타클랑 공연장을 스마트폰 사진으로 담았다.

1천여 명의 관객이 미국 록 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공연을 즐기고 있던 이 공연장에서는 13일 오후 10시께 AK-47 소총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이 “신은 위대하다. 시리아를 위해” 등의 말을 외치며 인질극을 시작했다.

14일 오전 0시 45분까지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질극에서 100명가량이 사망했다.

동시 다발 테러 후유증 때문에 토요일인 이날 파리 시내는 완전히 활기를 잃었다.

주말임에도 시내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주변에는 파리 시민이나 관광객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평소 시민이 달리기를 즐기는 센강변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또 외국 관광객이 파리에서 꼭 방문하는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은 테러 위험이 여전함에 따라 문을 꼭꼭 걸어 잠갔다.

에펠탑 앞 입장권 판매소 전광판에는 ‘에펠탑이 문을 닫았다’는 글이 적혀 있었으나 주변에는 아쉬움에 사진이라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았다.

파리 시내 스포츠 경기장뿐 아니라 문화시설, 극장도 모두 문을 닫으면서 비가 내리는 파리는 우울함에 젖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이날부터 사흘간을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 기간으로 정하면서 파리 시내에 있는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에도 조기가 내걸렸다.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인 일드프랑스의 교육청은 일제히 이날 관내 전 학교에 휴교를 공고하고 일선학교는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이메일로 통지했다.

프랑스 정부가 파리 테러 이후 경찰력에 더해 1천500여 명의 군병력을 파리 시내에 긴급 투입하면서 시내 곳곳에서는 총을 든 군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원 의사당에는 몇 m 간격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소총을 들고 길거리를 지나는 시민뿐 아니라 자동차도 유심히 관찰했다.

평소 보기 어렵던 군용 트럭도 의사당 앞에 세워져 사실상 파리가 테러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올랑드 대통령이 이번 테러 배후로 IS를 지목하고 이 사건을 프랑스에 대한 ‘전쟁행위’로 규정함에 따라 프랑스와 테러범 간 긴 전쟁이 막을 올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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