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독재서 민주화로’…미얀마·한국·칠레의 숨은 공통점

‘군부 독재서 민주화로’…미얀마·한국·칠레의 숨은 공통점

입력 2015-11-11 14:21
업데이트 2015-11-11 14:2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구매력기준 국민 1인당 GDP 5천달러 넘어설 때 민주화 이뤄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반세기에 걸친 군부 독재가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아시아 최빈국으로 꼽히던 미얀마의 경제 수준은 민주화 세력이 힘을 모아가는 동안 빠르게 성장했다.

연간 8% 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꾸준히 성장해 온 미얀마는 올해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천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군부 독재를 경험했던 한국과 칠레도 PPP 기준 1인당 GDP가 5천 달러 선을 넘었을 때 민주화를 이뤘다.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인과관계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 같은 경향성은 여타 국가의 혁명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이나 폴란드 등 동구권의 혁명도 1인당 구매력이 일정 수준 이상 무르익었을 때 발생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1인당 GDP가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진다고 풀이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개방도가 높아지면서 경제발전은 더욱 촉진될 가능성도 크다.

경제성장은 민주화를 이뤄내고, 민주화는 다시 경제를 끌어올리게 되는 것이다.

미얀마도 민주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미얀마 ‘민주화 경제 문턱’ 넘었나…한국 6월 항쟁 상황과 유사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얀마의 올해 PPP 기준 1인당 GDP 전망치는 5천164 달러(약 599만원)로, 지난해 4천752 달러에서 8.72% 늘었다.

구매력평가 기준 GDP는 국가별 물가를 감안해 실제 구매력을 반영한 수치다.

미얀마의 1인당 명목 GDP는 지난해 1천228 달러로 아직 낮은 편이지만 국민들이 직접 느끼는 소득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난 1987년에 PPP 기준 1인당 GDP가 5천281 달러였다.

한국에서 민주화 요구 목소리는 종전부터 있었지만, PPP 기준 1인당 GDP가 4천 달러를 돌파한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한층 뚜렷해졌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은 1980년대 들어 강해졌지만 학생조직과 노동조합, 재야단체 위주로 진행되는 등 대중적으로 확산되지는 않다가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같은 해 6월 연세대생 이한열군의 시위도중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번졌다.

항쟁의 양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을 발표했고 한국에서는 민주주의 정치가 뿌리를 내리게 됐다.

◇ 칠레 독재정권도 구매력 5천 달러 시기와 맞물려 쇠락

칠레의 독재정권이 무너진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칠레의 군사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몰아낸 1989년 PPP 기준 1인당 GDP는 5천528 달러였다.

1973년 대통령궁에 포격을 가해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을 몰아낸 피노체트는 “칠레에서는 이파리 하나도 내 허락 없이 움직일 수 없다”며 20년 가까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다.

피노체트 군사정권 치하에서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은 3천200여명, 불법체포·감금·고문 피해자는 3만8천여명에 이른다.

피노체트는 2006년 91세의 나이로 숨질 때까지 천수를 누렸지만 군사정권 기간에 고문을 견디다 못해 숨지고서 심장마비로 처리된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독재 정권은 1989년 12월 대선에서 야당 후보인 파트리시오 아일윈이 당선되면서 끝났다.

당시 칠레의 PPP 기준 1인당 GDP는 처음으로 5천 달러를 넘었다.

1985년까지 3천 달러 선에서 머무르던 PPP 기준 1인당 GDP는 1986년 4천 달러를 돌파했고 두 해 만에 5천 달러를 넘겼다.

1988년 피노체트 대통령 집권 연장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반대표가 다수를 차지하고, 1989년 대선에서 피노체트가 낙선했다.

◇ 민주화가 다시 경제성장으로…수치, ‘미얀마의 문’ 열어젖힐까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연관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얀마의 민주화는 향후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우선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가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일부 진행해 온 개혁개방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얀마 정부는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고 외국인 투자제한 완화, 외국은행 진출 허용 등 제한적인 개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NLD는 총선 이전부터 테인 세인 대통령의 개혁개방이 부족하다고 비판해왔다.

그간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던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빗장이 풀릴 것이라는 점도 미얀마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유석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아시아대양주팀 차장은 “미얀마가 민주화를 이루면 미국이 후진국에 수입 관세를 면제해주는 일반특혜관세제도를 적용할 것으로 본다”며 “또 지금은 외국인 투자와 내국인 투자 분리돼 있는데 차별 없이 이뤄지는 통합투자법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총선 압승이 미얀마의 민주화와 개혁개방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변수도 존재한다.

현재도 선거 나흘째에 선거관리위원회의 결과 발표율이 20∼30%에 불과할 정도로 개표속도가 느려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군부의 불복 가능성도 있다.

미얀마 군부는 1990년 자유 총선 당시에도 NLD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자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