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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개입에 더 꼬인 시리아 사태…열쇠는 미·러로

러시아 개입에 더 꼬인 시리아 사태…열쇠는 미·러로

입력 2015-10-01 10:54
업데이트 2015-10-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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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사드 정권 놓고 미국-러시아 충돌 우려 고조될 듯미국, 시리아 전략 수정 기로…러시아와 물밑협상 가능성도

5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사태가 러시아의 개입으로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과 온건 성향의 반정부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삼중으로 맞물린 시리아 내전에 러시아까지 뛰어들면서 시리아 사태가 미국과 러시아라는 세계 양강의 대결 무대로 확대될 조짐이다.

그동안 시리아에 군사장비 등 간접 지원만 해왔던 러시아는 30일(현지시간) 시리아에서 첫 공습 작전에 나섬으로써 이번 사태에 정식으로 발을 담갔다.

26년 만에 처음으로 펼쳐진 러시아의 군사개입이 상황을 꼬이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과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개입의 명분은 테러 조직인 IS를 격퇴하겠다는 것이지만 ‘알아사드 구하기’가 숨은 속내라는 점에서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대립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이날 시리아에서 공습을 단행한 지역이 IS가 아닌 반군 장악 지역이라면서 러시아의 공습 의도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곳은 러시아가 이날 첫 공습을 한 곳은 시리아의 중서부 도시인 홈스로, 이곳은 현재 IS가 아닌 알누스라전선과 이슬람주의 반군인 아흐라르알샴 등이 장악하고 있다.

시리아 3대 도시였던 홈스는 2011년 내전이 촉발된 이후 가장 먼저 반군이 장악한 도시라는 점에서 ‘혁명의 수도’라고도 불렸다.

아사드 정권으로서는 시리아 서부 지역 전체가 반군 수중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탈환해야 할,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 공습에서 IS가 소유한 기지와 창고 등을 공격했다며 반군을 겨냥한 것이라는 미국 측의 주장을 반박,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미·러의 대립은 지난 28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 해법을 놓고 공개 설전을 펼치며 정면충돌한 상황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군사개입이 시리아 사태를 더 연장시키고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전선에서 직간접적으로 맞부딪히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IS라는 공적을 앞에 놓고 뒤에서는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을 각각 겨냥한 두 나라가 고의적으로든, 우발적으로든 군사적으로 충돌해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이날 첫 작전에 앞서 미국에 공습계획을 통지하고 시리아 영공에서 피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자체 공습을 계속했다는 사실도 이런 우려에 불을 지핀다.

NYT에 따르면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아직 미국과 러시아 군 당국이 서로를 향한 우발적 공격을 피하기 위한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충돌이 아니더라도 미군이 육성하고 지원하는 온건파 반군을 러시아가 사살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를 더욱 위험한 처지로 내몰 것이라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가리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표현했고, 존 케리 국무장관이 “러시아가 다른 온건파 반군을 폭격할지에 대해 미국은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군사개입을 통해 중동 지역의 영향력을 복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고립과 제재에서 벗어나겠다는 분명한 노림수를 가진 러시아와 달리 미국은 이렇다 할 전략이 없어 더욱 복잡해진 국면에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다.

알아사드 정권 축출은커녕 IS 격퇴전에서조차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처지에서 ‘최강의 적’인 러시아까지 맞닥뜨리게 돼서다.

미군이 직접 육성한 반군이 대부분 도망치거나 전사하고 겨우 4∼5명 만이 내전에 참여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최근 받아든 오바마 정부로서는 러시아 개입을 계기로 시리아 사태에 대한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제 푸틴 대통령에게 공을 넘기고 시리아에서 손을 털고 나올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기로에 섰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가 러시아 개입을 계기로 ‘절대불가’를 선언한 지상군 투입을 전격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미 상원 국방위원장은 미국이 지상 작전을 돕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명백한 신호를 모스크바에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국방위 소속인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도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전략부재 때문에 푸틴이 이런 일을 시작한 것”이라면서 “미국은 반드시 러시아의 개입을 막고 우리 동맹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결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상군 투입으로 막대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과 러시아와 전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하면 이보다는 러시아, 알아사드 정권과 협상해 일정 부분 양보하는 선에서 사태를 풀어나가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유엔 연설에서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과도기적 정권이양 과정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을 참여시킬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하면서 ‘친 알아사드’ 진영의 러시아, 이란 정부와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시리아 해법을 찾지 못하고 고전하던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의 개입이 오히려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를 놓고 표면적으로는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양국 정상과 외교장관이 최근 들어 긴밀히 접촉해 왔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이번 시리아 공습도 사실은 양국 물밑 협상의 결과물 아니겠냐는 것이다.

외교전문지 폴리티코도 지난 29일 ‘시리아에서 오바마의 새 ‘절친’은 푸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물밑에서 두 정상은 어느 때보다도 시리아 사태에 대해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시리아 내전 사태가 지난 5년간 진전을 보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숙적’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변질된 탓임을 감안한다면, 그나마 협상이 가능한 관계인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되는 게 오히려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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