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신임 당수에 反긴축 ‘강성 좌파’ 코빈

영국 노동당 신임 당수에 反긴축 ‘강성 좌파’ 코빈

입력 2015-09-12 20:29
업데이트 2015-09-1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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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노선 거부한 ‘아웃사이더’ 돌풍…노동당 내홍 조짐

영국 노동당을 이끌 차기 당수에 반(反) 재정긴축을 표방한 제러미 코빈(66) 의원이 선출됐다.

코빈 신임 당수는 중도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전통적 좌파의 공약을 과감히 버리는 ‘신노동당’ 노선에 반대한 강성 좌파다.

지난 5월 총선 참패로 정권교체에 실패한 노동당의 민심이 복지 축소와 파업 억제를 위한 노동법 개정 등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내세운 코빈을 선택했다.

그러나 선거 기간 가속화된 노선 갈등에 따른 분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 ‘돌풍’ 끝에 당수로 등극

노동당은 차기 총수 투표 결과, 코빈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는 59.5%를 얻어 다른 세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고 12일 발표했다. 투표율은 76.3%(투표자수 42만3천명)였다.

코빈 후보는 선거 기간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들에서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줄곧 선두를 유지해왔다.

최소 35명인 의원 지지 서명을 가까스로 채워 마감 직전에 후보 신청서를 냈던 그가 돌풍을 일으킨 끝에 당선됐다.

일간 가디언은 “코빈이 아웃사이더에서 믿기 힘들게 당수에 올랐다”고 표현했다.

코빈은 당원과 노조 연계 지지자, 일반 지지자 그룹 모두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특히 노조 연계 지지자와 일반 지지자 그룹에서 인기가 높았다.

코빈 선거캠프에서 일한 전 런던 시장 켄 리빙스톤은 “그는 동네 술집에서 만나 얘기하고 싶은 평범한 남자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빈의 장점은 경제정책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에드 밀리밴드 전 당수가 너무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그가 제안한 정책들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보수당 지자들이 총선에서 코빈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상대라는 판단아래 무더기로 위장등록했다는 주장이 쏟아져나왔고,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선거 무효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 깊은 내홍 조짐

코빈 신임 당수는 주류인 온건세력을 끌어안으면서 동시에 ‘강성 좌파’로서 자신이 제시한 비전을 추진해야 하는 험난한 과제에 직면했다.

선거 기간 그를 직간접적으로 거부하는 목소리들이 온건 세력에서 쏟아져나왔다.

1997~2007년 노동당 정부를 이끈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코빈이 당선되면 “노동당이 절멸할 것”이라고까지 우려했다.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마이크 게이프스 의원은 “지난 30년간 500회에 걸쳐 당과 원내대표의 의견을 거부한 기록이 있는 사람(코빈)을 위해 의원직을 수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외교장관을 지낸 잭 스트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 의견에 무조건 적대적이었던 80년대 초반 노동당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비내각을 맡고 있는 10여명이 코빈 체제에서 그만두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고 보수 성향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이에 따라 코빈 체제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의원들이 즉각적인 집단 거부 움직임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BBC는 내다봤다.

해리엇 해먼 당수 직무대행은 누가 되든 당수 아래 통합돼야 한다면서 예비내각 제의를 받으면 수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코빈은 덜 논쟁적인 리더십을 지향할 것이라며 당내 모든 세력에 예비내각 자리를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코빈은 “보수당 정부의 긴축 프로그램, 복지 개혁안, 노동법 개정안 등에 대해 할 일이 많다”고 밝혀 우선 이들 분야에 공세를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그는 최근의 난민 사태에 대해 “그들은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라며 난민 수용 확대를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노동당은 지난 총선에서 기존보다 25석을 잃는 232석을 얻는데 그치면서 보수당에 과반 의석을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노동당이 코빈 체제 출범으로 총선 참패를 딛고 전열을 정비하는 계기로 삼을지, 깊은 내분에 빠지면서 무기력한 야당으로 전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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