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조사 시작…”증거 훼손에 진상 규명 난항”

국제사회 조사 시작…”증거 훼손에 진상 규명 난항”

입력 2014-07-19 00:00
업데이트 2014-07-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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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객관적 국제조사’ 촉구…미국, 러’ 압박 강도 높여

국제사회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의 조사를 시작했으나 사고 현장을 장악한 반군의 감시 등 제약이 많아 진상 규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객관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하지만 현재로서는 현장 접근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반군의 증거 훼손 등 가능성을 거론하며 진상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단원 30명은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피격 여객기 추락 현장을 방문했지만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토머스 그레밍거 OSCE 상임위원장은 “조사단이 기대했던 접근권을 갖지 못했다”면서 “조사에 필요한 이동의 자유가 없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반군의 감시 때문에 OSCE 조사단이 부분적이고 피상적인 조사밖에 하지 못했으며 조사단에 속한 우크라이나인 2명이 길가의 기체 파편을 들여다보려 하자 반군이 공중에 경고사격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반군은 앞서 휴전을 제안하면서 조사단의 현장 방문을 허용한다고 밝혔으나, 조사에 대한 협조가 국제사회의 여론을 돌리기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

추락현장은 통제 없이 방치돼 있어 증거 훼손 위험도 큰 상태다.

피격 여객기가 추락한 직후 반군이 구조대에 섞여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가져가 버렸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연방수사국(FBI) 재직 당시 다수의 국제조사에 참여했던 론 호스코는 “잔해 주변에 보호구역을 늦게 설정하면 가해자 쪽에서 현장을 훼손해 진상을 규명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반군의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제 조사단이 현장 접근에 성공해 피격 미사일 잔해를 확보하고 러시아제 부크(Buk, 지대공미사일) 미사일이 사용됐다고 결론을 내리더라도 누가 발사했는지 가리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부크 미사일 시스템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 배치한 만큼 부크 사용만으로 친러시아 반군 소행을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성사진 등 구체적 자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에게서 나온다.

프랑스 항공전문가 제라드 펠제르는 AP통신에 “조사단의 목표는 미사일 잔해를 발견해 탄도를 확인하는 것이지만 위성사진이나 미사일의 레이더 기록을 먼저 확보하지 않는 한 발사 주체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블랙박스가 반군 수중에 들어가 훼손 우려도 나온다.

또한, 여객기가 부크 미사일에 격추된 것이라면 조종사가 미사일 접근을 목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블랙박스에 조종석의 대응 조치가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별도로 131명의 전문가로 꾸린 말레이시아 합동조사단도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도착했다. 조사단은 현지 당국과 절차를 논의한 다음 곧바로 사고 현장으로 떠날 예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는 전날 우크라이나 관련 긴급회의를 열어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에 대한 객관적 국제조사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누가 항공기를 격추했는지 규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충분하며 철저한 국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 관련국에 국제조사단의 현장 접근과 자유로운 조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은 여객기가 반군이 발사한 부크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리고 러시아에 비난과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의 분리주의자 점령 지역에서 운용된 지대공미사일 SA-11에 의해 격추된 것 같다”면서 “우크라이나 반군 지역의 방공시스템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피격 여객기가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반군 장악 지역에서 발사된 지대공 미사일에 맞았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이 반군의 소행이라고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심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다.

크리스 머피 미 상원 유럽 소위원회 위원장은 주요 상원의원들을 주말에 차례로 만나 새로운 러시아 제재 법안 제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의 소행이라는 기존 주장에서 더 나아가 감청 자료를 근거로 반군 지역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주체가 러시아 군인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안보국(SBU)의 발렌틴 날리바이첸코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인 부크 대원들이 직접 미사일을 조작했고 민간 여객기를 겨냥해 발사 버튼을 눌렀다”며 “러시아 측으로부터 이 대원 3명의 이름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기 탑승자 298명(승무원 15명) 중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네덜란드가 189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말레이시아 29명, 호주 27명, 인도네시아 12명, 영국 9명, 독일과 벨기에가 각각 4명, 필리핀과 베트남이 각각 3명, 캐나다와 뉴질랜드, 미국이 각각 1명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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