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석상서 ‘작심발언’…”中, 왜 과거에만 초점 맞추냐”

과거사 이슈를 놓고 한·중 양국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 대사가 29일(현지시간) 공개석상에서 발끈하고 나섰다.

갈등의 대척점에 선 중국을 향해서는 “왜 과거에만 초점을 맞추느냐”고 날을 세운 데 이어 ‘동맹’인 미국을 향해서는 “누가 친구이고, 문제아인지 분명히 하라”며 노골적으로 편들기를 압박한 것이다.

이날 낮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2014년 아시아·태평양 전망’ 세미나에서다.

사사에 대사는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놓고 워싱턴포스트 투고란을 통해 추이톈카이(崔凱天) 주미 중국대사와 ‘설전’을 벌인 사실을 상기하면서 “추이 대사는 내 친구이기 때문에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로서도 해야 했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역사와 과거를 항상 기억해야 하지만 지나간 일들을 계속 끄집어 내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랜 교류의 역사를 가진 일본과 중국이 일부 제한된 시기의 역사를 놓고 논쟁과 입씨름을 할 이유가 없다”며 “나는 정말로 올해 중국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사사에 대사는 “두 나라간의 역사분쟁은 앞으로도 수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나는 과거 국장과 차관시절 (중국과의 외교관계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대화의 모멘텀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으로부터 맹목적 애국주의적인 발언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주류의 시각이 아니라고 본다”며 “중국과 일본은 서로 진정하고 자제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토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사에 대사는 미국을 향해서도 ‘작심발언’을 했다. 그는 4월로 예정된 일본 방문과 관련해 “나는 미국이 누가 친구이고 동맹인지, 누가 문제아이고 잠재적 문제아인지를 분명히 하길 바란다”며 “미국이 역내에서 어떤 사활적 역할을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만 우방과 동맹들을 더욱 강하게 결속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미국이 직접적으로 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중국의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기능정지)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참석을 취소한 것을 거론하며 “미국 아·태지역에 충분한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일본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10년, 20년 뒤에는 우리가 옳았다고 역사가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중국해 분쟁과 관련, 사사에 대사는 “분쟁의 원인은 중국의 ‘굴기’와 관련돼있다”며 “중국은 이것을 평화적 굴기라고 하지만 문제는 충분히 평화적이지 않은 데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