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前대통령, 소리없는 첫 해외 나들이

이명박 前대통령, 소리없는 첫 해외 나들이

입력 2013-04-27 00:00
수정 2013-04-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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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대표자들과 저녁식사서도 말 아껴”

퇴임 후 첫 해외 나들이에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낮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로 출국,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기념관 헌정식에 참석한 뒤 전직 정상들과 만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일정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금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효재·이달곤 전 정무수석이 현지에 따라왔는데 이들의 동선도 철저하게 이 전 대통령 내외에 맞춰져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초 금요일인 26일 만찬을 겸한 현지 동포간담회를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인사회 대표자들과 단출하게 저녁식사만 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댈러스의 한 대중골프장 연회실에서 열린 이날 만찬에는 재미교포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인으로 꼽히는 문대동 삼문그룹 회장과 안영호 댈러스 한인회장 등 현지의 몇 사람만 초청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치의 정자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단골 대화 메뉴인 힘들었던 젊은 시절 얘기만 쭉 하고 어렵게 마련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퇴임 후 소회와 북한 문제 등에 관해 ‘한 말씀’을 기대했던 참석자들은 적잖이 실망한 기색이었다.

말을 아끼고 몸을 낮추는 이 전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두고 현지 한인사회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국의 전직 대통령이 이역만리까지 왔는데 좀 너무 하는 것 같다”(50대 식당 여종업원)는 불만이 많지만 한편에선 “시끄럽고 복잡한 한국의 정치상황 때문에 스스로 조심하는 것 아니냐”(한인단체 관계자)며 동정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방미 전 이 전 대통령은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황금시간대’인 토요일 오전을 독점했다는 이른바 ‘황제 테니스’ 논란이 불거져 곤욕을 치렀다.

오랜 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 개입 의혹으로 검찰의 ‘칼날’ 위에 서면서 이 전 대통령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댈러스 한인회 관계자는 “동포사회에 할 말이 많겠지만 곧 방미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조용히 있다가 귀국하겠다는 뜻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도 “박 대통령이 처음 순방을 나가시는데 전직 대통령이 뉴스의 중심이 되는 것은 민망한 일”이라며 “이런 이유로 현지 공관에 가급적 행사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올 초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을 때도 헌정식 개최 시기가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일정과 겹칠까 봐 적잖이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댈러스에서 귀국길에 오른다. 그 전까지도 평소 좋아하는 운동을 하지 않고 숙소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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