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vs 룰라, 같지만 다른 남미 지도자

차베스 vs 룰라, 같지만 다른 남미 지도자

입력 2013-03-08 00:00
업데이트 2013-03-0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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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획기적 감소’ 공통 치적…방식은 ‘강경’ vs ‘온건’ 달라

14년 장기집권을 한 고(故)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2003∼2010년 집권)은 남미 지도자로 빈곤 감소라는 뚜렷한 치적을 공통으로 남겼으나 그 수행 방식은 매우 달랐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7일(현지시간) 이들 두 지도자가 수십 년 만에 불평등을 최저치로 낮췄으나 이 같은 성공을 이룬 방법은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베스의 경우 경제와 민주적 제도를 희생해서라도 빈민 구제에 방점을 두었지만 룰라는 좀 더 온건하고 지속 가능한 루트를 택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의 남미 전문가인 게라르도 뭉크는 “두 사람 다 남미 좌파 물결의 일부였으나 룰라와 (현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가 매우 온건하다는 점에서 차베스와 룰라를 똑같이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베스는 2006년과 2011년 사이 기대수명 등 유엔인간개발지수 평가에서 베네수엘라를 7계단이나 끌어올렸다. 하지만 미국을 적대시하고 언론을 위협했으며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받지 않으려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비해 룰라와 후임자 호세프는 보수적 재정 운용을 하면서 국법을 존중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텍사스주 소재 라이스대학 정치학 교수인 마크 존스는 “차베스는 부의 재분배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처럼 위에서 아래로 정책을 부과하는 모델을 썼다”면서 “이 때문에 타협이나 어느 정도 합의에 기반한 법 제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베네수엘라의 살인 사건 빈도는 차베스 집권 4년 전인 1995년 10만명 당 20.3명에서 차베스 집권 치하인 2010년 10만명 당 45.1명으로 배 넘게 뛰었다.

국가 부채도 치솟았고 인플레는 현재 22%에 달하며 베네수엘라 화폐는 10년이 채 안 된 사이 세 차례나 평가절하됐다.

반면 브라질에서는 이 같은 경제적 쇼크 없이 전례 없는 빈곤 감소를 이룩했으며 대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차베스의 접근 방식이 필요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베네수엘라는 1970년대와 ‘80년대 양당제에서 상류층만 부양하는 사회였다가 오늘날 가난한 사람들이 차베스 덕분에 발언권을 얻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은 엘리트 계층이 워낙 강고해 이러한 참여민주주의를 배태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룰라가 부패 문제에 눈감고 위태로운 보건, 교육, 사법체계를 제대로 안정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룰라는 빈곤과의 싸움에 나서면서도 친기업 성향의 정책을 편 덕분에 서방의 총아가 됐고 그의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모방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상이한 결과를 낳은 것은, 국가적 특성 외에도 차베스가 불같은 기질의 군 장교 출신인데 비해 룰라는 파업을 하더라도 결국 경영진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노조 지도자 출신이라는 개성적 차이도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기질 차이가 가장 뚜렷이 드러나는 분야는 외교로 지목됐다. 차베스는 이란과 시리아 같은 불량국가들 편을 들면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악마로 비난했다. 반면 룰라는 외교 대국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독재자들과도 사귀되 갈등을 피하는 방식을 썼고, 자신의 관저에서 바비큐 대접을 할 정도로 부시와는 사이좋게 지냈다.

석유가 풍부한 베네수엘라와 철광석 등이 많은 브라질은 원자재 붐과 중국의 천연자원 수요 덕분에 큰 혜택을 봤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부의 재분배 방식에서 브라질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조건으로 최빈곤층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해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데 비해 베네수엘라는 사회복지프로그램과 보조금으로 최빈곤층 비율을 1999년 23%에서 오늘날 9%까지 끌어내렸다.

어찌 됐든 불평등이 뿌리깊은 양국에서 이 같은 성과는 두 지도자를 영웅의 반열에 올렸으나 재선을 한 룰라가 후계자로 뽑은 테크노크라트 출신의 호세프는 선전하는 데 비해 4선을 한 차베스의 후임이 어떨지는 미지수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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