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편지로 교황청 추악한 권력 다툼 드러나”

“교황 편지로 교황청 추악한 권력 다툼 드러나”

입력 2013-02-18 00:00
업데이트 2013-02-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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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600년 만에 재임 중 자진 사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청 내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핵심 참모들과 주고받은 서신들이 알려지면서 교황청 내부의 권력 다툼이나 ‘돈세탁’ 등 각종 부정행위 등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신문은 지난 2011년 늦은 여름 미국 워싱턴 DC 주재 교황청 대사로 전보된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를 위한 환송연에 참석했던 하객들이 비가노 대주교가 침통한 표정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비가노 대주교는 교황청 내 일부 고위 성직자의 부패와 권력남용, 정실 인사 등을 개혁하기 위해 교황에게 비밀 편지를 보내는 등 ‘개혁파’의 상징 인물이었다.

당시 환송연에 참석한 한 교황청 주재 대사는 “교황청 외부의 인사들, 특히 이탈리아계가 아닌 사람들은 당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가노 대주교가 미국 주재 대사로 임명된 것은 교황청 개혁 인사들의 노력이 개혁 반대 세력에 의해 무산됐음을 말해주는 사건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아울러 교황청 내부의 추악한 권력 다툼은 결국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으로 연결되는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찍이 교황청 내부의 부패상은 지난 2006년부터 교황의 수행비서로 일해온 파올로 가브리엘레가 교황청 내부 문서를 지난해 이탈리아 언론에 유출하면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빗대 ‘바티리크스(바티칸 문서 유출)’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이 덕분에 바티칸 일부 고위 성직자들이 외부 업체와 계약에서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정을 저지르고, 자신들과 친밀한 관계인 업체에 주요 계약을 제공했으며 바티칸 은행들이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 등이 대거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심지어 유출 문서의 내용을 포함한 ‘교황 성하(His Holiness)’라는 책이 출간돼 이탈리아 주요 서점에서 판매 순위 1위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바티리크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2011년 초부터 비가노를 공격하는 익명의 기사들이 이탈리아 언론에 대거 등장하는 등 반 개혁파들의 대대적인 반격이 가해졌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교황청의 실세로 통하는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교황청 국무장관이 개혁파들을 몰아내는 데 중심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장차 로마 가톨릭 교회를 이끌 차기 교황은 내부 권력 투쟁과 돈세탁 추문, 사제들의 성추문, 세속주의 창궐 등 굵직굵직한 개혁과제를 피해 나갈 수 없을 것이며, 현재의 교황청 세력구도로 볼 때 그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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