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성범죄 오보 피해 상원의원 무더기 제소 나서
영국의 트위터 이용자 1만여명이 BBC가 보도한 성범죄 오보를 퍼 날랐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무더기로 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은 26일(현지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의 성범죄 오보 피해자인 알리스테어 맥알파인 상원의원이 트위터 이용자들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섰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BBC는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뉴스나이트’에서 어린 시절 보수당 고위 인사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남성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을 내보낸 것에 책임을 지고 사장이 지난 10일 사임했다.
뉴스나이트는 가해자로 지목된 정치인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그가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측근이자 전직 보수당 회계담당자인 맥알파인이라는 추측이 인터넷과 트위터를 타고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BBC는 재빨리 명예훼손 사건 해결에 나섰다. BBC는 지난 16일 피해자인 맥알파인 의원에게 사과를 하고 18만5천파운드(약 3억2천만원)의 명예훼손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영국의 또 다른 방송사인 ITV도 후속 보도를 내놓았다가 지난 22일 맥알파인 의원에게 12만5천파운드의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맥알파인 의원의 명예훼손 소송전이 주류 언론사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유명 트위터 인사 20명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소송 대상에 오른 사람은 인기 코미디언 앨런 데이비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의 부인 샐리 버코우, 가디언지 칼럼니스트 조지 몬비오트 등이다.
영국 법무법인 콜리어 브리스토우의 미디어 전문 변호사인 팀 로우리스는 “대다수 사람이 트위터에서의 자신의 명예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면서 “누구도 이번처럼 대규모 소송에 나선 적은 없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맥알파인 의원은 트위터를 하는 유명 인사들 외에 단순 퍼나르기만 한 트위터 이용자 등 수천명에 대해서도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팔로어가 500명 미만인 트위터 사용자들 가운데 사죄를 하고 사건 해결을 원하는 사람들은 맥알파인 의원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RMPI가 만들어 놓은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맥알파인 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생각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은 누구나 맥알파인 의원의 편지를 읽고 자술서를 작성해 이메일로 송부한 뒤 사과를 하기만 하면 된다.
법무법인은 또 희망자들에 한해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소액의 행정 과태료’도 낼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알파인 의원이 BBC 오보 내용을 언급한 트위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어디까지 문제삼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RMPI가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로우리스 변호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도 트위터에 글을 올릴 때 자신이 실질적으로 공표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서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 전에 먼저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언론을 전면 규제할 것이라는 영국 언론의 보도와 관련, 언론 규제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총리실이 지난 24일 밝혔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5일 캐머런 총리가 현행 언론 자율규제 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신문 편집인들로 구성된 언론이의조정위원회도 전면 교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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