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부상설ㆍ권력투쟁설 등 억측 난무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외부인사 접견 일정이 잇따라 취소돼 관심을 끈다.시 부주석은 5일 오전 11시(현지시간)로 예정됐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전격 취소했다.
이 때문에 클린턴 장관은 이번 가을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당 서기 겸 국가주석 자리에 오를 시 부주석과 대면하지 못한 채 중국을 떠나야 했다.
시 부주석은 또 6일 예정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러시아 의회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 일정도 모두 취소하고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에게 ‘대참(代參)’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 부주석이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 측에 불편한 심기를 전달하기 위해 클린턴 장관과의 면담을 취소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이상 징후도 감지가 된다.
우선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 매체에서 시 부주석에 관한 보도가 자취를 감췄다. 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시진핑’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관련 글이 전혀 뜨지 않는다.
중국 검열 당국이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가동해 시진핑 단어 노출을 막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대신 ‘취소(取消)’라는 단어를 치면 시진핑 관련 글이 일부 뜬다. “시진핑이 부상했다” “여타 다른 정치세력과 투쟁 중이다” 등의 억측이 떠도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시 부주석이 허리를 다친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몸이 불편해 외부 인사 접견이 불가능해 일정 조절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시 부주석 측은 클린턴 장관 측에 4일 밤 11시께 다음 날 접견이 불가하다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시 부주석이 허리를 다쳤든 그렇지 않고 다른 일이 생겼다면 문제가 생긴 시점은 해당시각 이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중관계를 가장 중시하는 점을 고려할 때 시 부주석이 클린턴 장관 접견을 취소할 정도면 ‘큰 일’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차기 지도부 구성 문제로 태자당과 상하이방, 그리고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동맹) 간에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뭔가 ‘돌발 변수’가 생긴 것이라는 추론이다. 시 부주석은 태자당의 대표주자다.
인터넷에서는 태자당의 블루칩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낙마 사건을 촉발했던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반역 및 수뢰죄 등으로 기소됐다는 사실이 전날 중국 관영매체에 보도된 것과 시 부주석의 갑작스런 일정 취소를 연관시킨 억측도 돈다. 상대 세력의 태자당 공격이라는 주장이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부장이 전날 클린턴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 부주석의 면담 취소는 미중 양측 간에 합의된 것으로 “불필요한 추측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으나 시 부주석의 모습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이런저런 소문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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