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채널 “공개사죄 요구”에 변호인 “협박” 개탄
러시아 정교회 사원에서의 푸틴 반대 공연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현지 펑크 록 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 사건에 현지 국영 방송이 개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러시아 최대 국영 방송 ‘제1채널’의 ‘사람과 법률’ 프로그램 제작진은 2일(현지시간)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푸시 라이엇 멤버들에게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정교회 신자들 앞에서 공개 사과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렇게 하면 방송도 이들의 형량을 크게 줄여 줄 것을 호소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푸시 라이엇 변호인은 이같은 제안을 분노를 유발하는 짓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 국영방송 “공개 사죄” 제안 = ‘사람과 법률’ 제작진은 “여성 록가수들이 자신들이 직접 글로 작성하거나 변호인을 통해 전달된 공개 성명을 제1채널을 통해 발표함으로써 정교회 신자들에게 사죄할 생각이 있으면 프로그램 제작진은 록 가수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시키는 것을 돕는 데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록 그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이 바보같은 악순환을 중단시키기 위한 출구를 찾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모든 일이 많은 피를 보는 희생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작진은 “우리 견해론 사회적 안정과 화합을 위해 푸시 라이엇 단원들이 스스로 신자들 앞에서 사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면 우리 프로그램은 그들을 지지하고 방송을 통해 록 가수들에 대한 대폭 감형을 호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와 관련 푸시 라이엇 변호인 니콜라이 폴로조프는 지난달 31일 ‘사람과 법률’ 제작진이 변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와 오는 8일 방영되는 프로그램에서 푸시 라이엇 단원들이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이에 “’사람과 법률’ 프로그램 제작진이 지난주 푸시 라이엇에 관한 방송에서 록 가수들을 나쁘게 묘사한 것을 고려해 사전에 미리 대본을 보여줄 경우에만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고 밝혔다”며 “실제 방송이 대본과 다르게 나갈 경우 프로그램 제작진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건을 함께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 록가수 변호인 “분노 일으키는 협박” 비난 = 그는 이후 프로그램 담당 PD가 다시 전화를 걸어와 푸시 라이엇 멤버들이 공개사과를 해야만 록가수들에 대한 방송의 ‘사냥’이 중단될 것이라고 협박했다면서 이에 방송사 측이 제안한 조건으론 출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폴로조프는 그러면서 “이는 용납될 수 없고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협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록 가수들이 법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만큼의 사과를 이미 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후 방송사 측은 자신들의 제안을 자체 웹사이트에 올렸다. 폴로조프는 방송사의 이같은 행동은 권력이 국영 방송을 통해 피변호인들에게 의도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푸시 라이엇’ 단원 5명은 러시아에서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얼굴에 복면을 쓰고 요란한 의상을 입은 채 크렘린궁 인근의 정교회 사원 ‘구세주 성당’ 제단에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란 노래와 춤이 섞인 시위성 공연을 펼쳐 러시아 정계와 종교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엄숙하기로 유명한 러시아 최대 정교회 사원에서 록 음악을 연주한 것 자체가 신성 모독으로 여겨지는 데다 노래 가사에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선 후보(현 대통령)와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이후 복면을 한 ‘푸시 라이엇’ 멤버 5명 중 나제즈다 톨로콘니코바(22), 마리야 알료히나(24), 예카테리나 사무체비치(29) 등 3명을 검거해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폭 행위’ 혐의로 기소했다.
모스크바 하모브니체스키 지역 법원은 지난달 17일 이들에게 각각 2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푸시 라이엇 단원들은 같은달 27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록 가수들은 법정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통해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가 푸틴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과 정교회와 권력 사이의 유착에 대해 항의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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