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눈먼 다윗’ 천광청, 28일의 ‘인권드라마’

’눈먼 다윗’ 천광청, 28일의 ‘인권드라마’

입력 2012-05-19 00:00
업데이트 2012-05-19 20:5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당국의 철저한 감시를 뚫고 기적적인 탈출에 성공해 19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 중국의 시각장애인 천광청(陳光誠). 서방 언론은 그에게 ‘눈먼 다윗’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산둥성의 시골 마을을 극적으로 빠져나와 가족들과 함께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천광청은 28일간 한 편의 ‘인권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2일 밤, 산둥성 이난(沂南)현의 시골 마을 둥스구(東師古)촌.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천광청은 인권 운동가 5명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집 담을 넘었다.

이어 천 변호사는 7개의 담을 더 넘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다리뼈가 3군데나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천 변호사는 수백 차례 넘어졌다 일어서는 17시간의 강행군을 거쳐 비로소 둥스구촌을 벗어나 자동차를 끌고 나타난 여성 인권 운동가 허페이룽과 ‘접선’에 성공했다.

허페이룽의 차를 타고 23일 베이징에 입성한 천 변호사는 인권 운동가들이 마련해 놓은 비밀 거처를 오가다가 27일 미국 관리들의 도움을 얻어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진입했다.

천광청은 훗날 “신이 나를 도왔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탈출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최소 60명의 감시 요원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던 데에는 온정적인 일부 감시 요원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천광청의 미국 대사관 진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3∼4일 전략경제대화를 앞둔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급속히 냉기류가 형성됐다.

다행히 미중 간의 물밑 협상을 통해 중국 내 안전과 자유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천광청이 2일 제발로 미 대사관을 나서 베이징 차오양(朝陽)병원에 입원할 때까지만 해도 ‘원만한 처리’가 예상되는 듯했다.

그러나 천광청이 전략경제대화 첫날인 3일 돌연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면서 공개적으로 미국행을 호소하면서 사태는 다시 복잡하게 꼬여갔다.

치외법권 지역인 미국 대사관을 떠난 천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한 중국은 사태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애초 천 변호사의 ‘안전한 국내 체류’를 약속한 중국이 ‘인권 탄압국’임을 자인하면서 조기에 천 변호사를 미국으로 보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런 속에서도 미·중은 전략경제대화 안팎의 공식·물밑 대화를 통해 ‘유학 허용’이라는 신속한 절충안을 도출해냈다.

유학이라는 합의점 도출을 통해 미중 양국은 명분과 실리를 주고받았다는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줄기차게 주창해온 ‘보편적 인권 수호’라는 대의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명분을 얻었다.

중국도 무자비한 인권 탄압국이라는 비난을 어느 정도 희석시키면서 천광청의 향후 행동을 상당 부분 제약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중국은 향후 10년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뇌부 교체를 앞두고 무엇보다 필요한 미중 관계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실리도 얻게 됐다는 평가다.

이후 차오양병원에 입원해있던 천 변호사는 16일 병원에서 여권 신청 서류를 작성했다.

중국 당국은 예상과 달리 3일 만에 신속히 여권을 발급함으로써 19일 천 변호사는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28일 간의 인권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