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천광청 암 우려로 병원 보내”

“美대사관, 천광청 암 우려로 병원 보내”

입력 2012-05-08 00:00
수정 2012-05-0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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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 교수 WP기고 “억세게 운 좋은 천광청”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미국 대사관이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을 병원으로 보낸 것은 그의 암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복수의 미 당국자들은 천광청이 미 대사관으로 피신했을 때 결장암이 의심돼 되도록 빨리 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당국자는 “천광청이 대사관에 오자마자 진단을 받았는데 심각한 직장 출혈이 발견됐다”면서 “우리측 의사는 그가 심각한 위장염이거나 진행성 결장암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천광청은 가택연금에서 탈출해 미 대사관으로 피신했을 때 발을 심하게 다친 상태였으며 피로와 고통을 호소하고 정신도 혼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의료장비를 대사관 건물에 반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결국 미 대사관은 중국측과의 협상을 통해 그를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특히 천광청이 병원에 간 이후 상당시간을 격리되다시피 한 것도 병세가 치명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집중 진료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당시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런 전후 사정을 모두 공개하려 했으나 천광청이 가족, 동료들과 대화한 뒤 마음을 바꿔 미국행(行)을 결심하는 바람에 상황이 급반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천광청이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주선한 제롬 코언 뉴욕대 교수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천광청의 조용한 동반자는 행운(Luck)이었다”고 말했다.

코언 교수는 “중국 당국이 미 대사관에 있던 천광청에게 동료 등과 접촉할 수 있게 했다면 그들은 모두 대사관에 피신해 있도록 권유했을 것”이라면서 “또 천광청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가족과의 재회나 미국 유학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미ㆍ중 관계도 악화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 당국이 병원에 있던 천광청이 동료나 외국 언론과 접촉할 수 없게 막았다면 그가 마음을 바꿔 미국행을 결정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이를 공개적으로 알릴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언 교수는 그러면서 천광청이 과거 헝가리 공산정권에 항거하다가 부다페스트 주재 미 대사관에서 15년간 피신 생활을 한 요제프 민첸티 추기경이나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에 13개월간 피신했던 중국의 반체제 물리학자 팡리즈(方勵之)와 같은 처지에 놓였을 수도 있었다면서 이번 사태에서 두드러진 것은 그의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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