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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vs 후진타오 스타일과 속내

오바마 vs 후진타오 스타일과 속내

입력 2011-01-21 00:00
업데이트 2011-01-2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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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일 이틀 동안 워싱턴DC에서 일합을 겨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스타일에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미묘한 차이가 엿보였다.

주요 2개국(G2) 정상으로서 짐짓 여유를 보인 것은 비슷했지만, 오바마가 화려한 유머와 제스처로 좌중을 압도하는 ‘서양식 여유’를 선보인 반면 후진타오는 튀지 않는 미소와 화법으로 은근히 자신을 드러내는 ‘동양식 여유’를 구사했다. 이런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했던 것은 이번에 후진타오가 과거의 경직된 표정을 벗어던지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려 애쓴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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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는 농담을 섞어 가며 현란한 화술을 과시, 5∼6차례 폭소를 유도했다. 그는 “후 주석이 내 고향 시카고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매우 기쁘다.”면서 “후 주석은 이 한겨울의 중간에 (날씨가 매우 추운) 시카고를 방문할 만큼 용감하다.”고 조크성 찬사를 보냈다.

후진타오 역시 다소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시종일관 침착하고 유연한 태도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백악관 국빈 만찬에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이 참석을 거부한 일과 같은 곤혹스러운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훨씬 더 대답하기 나은 위치에 있다.”고 공을 넘기는 조크성 답변으로 폭소를 부르는 등 그답지 않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 좌중을 놀라게 했다. 목각인형처럼 경직된 표정과 제스처로 일관했던 과거의 후진타오가 아니었다.

후진타오 입장에서는 중국인들에게 G2 국가 국민의 자존심을 세워 주기 위해 ‘적진’에서 위축되지 않는 화법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편으로는 후진타오 스스로 9년차 국가지도자로서 나름대로의 여유가 몸에 뱄을 수도 있고, 아니면 ‘중국 공산당 내에서 동등한 권력을 가진 여러 지도자 가운데 1명에 불과하다.’는 서방 언론의 혹평을 의식한 의도적 제스처일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입장에서는 재선 도전을 앞두고 중국의 급부상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미국은 아직 여유 있게 중국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킴으로써 유권자들의 점수를 따려 했을 수 있다. 후진타오에게 갖은 찬사를 다 바치면서도 미국인이 최고의 가치로 신봉하는 인권 문제만큼은 양보 없이 단호하게 후진타오의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린 것도 유권자들의 자존심에 부합하려는 선거전략일 수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1-01-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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