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민간인 사살·고문 은폐” 폭로

“美, 이라크 민간인 사살·고문 은폐” 폭로

입력 2010-10-23 00:00
업데이트 2010-10-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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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39만건 이상의 미군 기밀문서를 폭로했다.

 문건을 검토한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22일 위키리크스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밀문서 39만1천832건을 공개했다면서 “이들 문건이 전하는 (이라크전) 이야기는 추악하고 충격적이다”라고 논평했다.

 또 아랍권 위성채널 알-자지라는 지난 10주간 영국의 비영리 조사단체인 언론조사국(BIJ)과 해당 문건을 분석했다며 전쟁 내내 미국이 공개하지 않았던 이라크인 사망자 수는 10만9천명이며 이 가운데 민간인은 6만6천81명으로 3분의 2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부로 알져지지 않은 사고로 숨진 민간인은 1만5천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디언과 알-자지라,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에 폭로된 기밀문건들에서는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 수와 미군에 의한 이라크 수감자 학대,오인 사격,이란군의 이라크 내 반군 지원 실태 등이 드러났다.

 전쟁 기간 이라크 민간인들의 희생이 줄을 이었지만 조지 부시 전 미국 행정부는 그 실상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고 이들 언론은 지적했다.

 2005년 8월31일 바그다드의 한 다리 위에서는 공포에 휩싸인 군중이 몰려들면서 950명이 숨졌고,2007년 8월14일 시리아 접경지역에서는 트럭을 이용한 폭탄테러로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특히 2006년 12월 한 달간 3천800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미군은 검문소에서 민간인을 제대로 신분도 파악하지 않은 채 총격을 가해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단순히 검문을 두려워하거나 수신호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운전자들은 차량을 멈추지 않기가 일쑤였고,미군은 차량 폭탄테러를 우려해 운전자와 승객을 향해 총구를 겨눠 수백 명이 숨졌다.

 2005년 6월14일 라마디 지역의 해병대 검문소에서는 정지 신호를 무시한 차량에 총격을 가해 2명의 아이를 포함한 민간인 7명이 사망했다.

 헬리콥터 총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도 상당수 발생했다.이 가운데 2007년 7월16일에는 민간인 13명을 포함해 26명이 숨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투항 의사를 보인 반군을 사살한 사건도 있었다.

 2007년 2월22일 미군 아파치 헬기 조종사는 공격을 받은 2명의 남성이 항복할 뜻을 밝혔다고 상부에 보고했지만,그들이 항공기에 투항할 수 없기 때문에 유효한 표적이라는 미군 법무관의 ‘조언’에 따라 총격을 가했다.

 미군은 18차례 아군을 향해 오인 사격을 가해 최소 7명의 미군이 숨지고 34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영국군이 같은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미군과 다른 연합군에 의해 공격을 받은 횟수는 최소 11차례에 달했다.

 또한 2006년에는 미군 부대에서 통역을 맡았던 이라크인이 운동복을 입은 채 같은 부대 저격수가 쏜 총에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미국은 이라크 군경이 자행한 학대 행위에도 침묵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 수행 6년간 이라크 수용소에서 최소 6명의 수감자가 숨졌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구타와 불 고문,채찍질,감전사와 관련한 보고는 수백건에 이르렀다.이라크 관리들은 수감자의 손가락을 자르고 몸에 산성 용액을 부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라크 북부 탈 아파르에서 12명의 이라크 군인이 수감자 1명의 손을 묶고 사살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한 미군은 이라크 당국이 운영하는 바그다드 수용소에서 한 방에 95명의 수감자가 눈가리개를 하고 책상다리로 앉아있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이들의 몸에서는 담뱃불 자국과 멍이 발견됐다.

 일부 수감자들은 족쇄를 차거나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 매달려 있었고 쇠막대기,뜨거운 물,전기를 이용한 구타와 고문을 받았다.수감자 사망건을 다룬 보고도 6건이나 있었다.

 미군은 이런 행태를 상관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보고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조사가 필요치 않다’는 식으로 적극적인 대응을 회피했다.미군이 고문 사례를 발각해 지적하더라도 이라크 당국이 번번이 무시하거나 허위 보고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 중에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핵심부대인 쿠드스(Quds)군이 이라크 반군 세력을 저격수로 훈련시키고 이라크 관리 암살을 지원했다는 보고도 나왔다.

 한 보고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인사들이 이라크 정부에서 세력을 확대해 이란의 입김이 강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위키리크스는 트위터를 통해 “유럽 시간으로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샌지는 22일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문건들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현장의 “대학살”을 상세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어샌지는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는 이 문건들이 40건의 불법 살상에 대한 충분한 증거 자료라고 강조했다.그는 문건을 전쟁범죄의 증거로 평가하기도 했다.

 위키리크스는 원본으로 추정되는 이들 문건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제프 모렐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위키리크스의 군 기밀 폭로가 미군과 동맹국 군인,이라크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개인이나 단체가 기밀을 공개해 미군과 동맹국 병사,민간인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을 강력 비난한다”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기밀 공개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이번에 공개된 기밀 중에 특기할만한 사항은 없다면서도 국가 안보와 대(對) 이라크 관계가 악화되고 미군과 300명 가량의 이라크 협력자들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샌지는 그러나 기밀 공개로 그 누구도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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