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참사 한달…폭우에 장마 걱정

아이티 참사 한달…폭우에 장마 걱정

입력 2010-02-12 00:00
업데이트 2010-02-1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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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로 지진 참사 한 달을 맞은 아이티.

 11일 새벽 난민들이 머물고 있는 캠프촌에 소나기가 퍼부었다.사랑하는 가족과 모든 것을 잃어버린 슬픔에 잠겨있는 이곳에 비는 참으로 무심히 쏟아졌다.

 동 트기 전부터 내린 폭우는 말라버린 강하구에 들어선 난민촌인 ‘마라사 14 캠프’의 판잣집들을 무너뜨리고 옷과 침구 등을 모조리 적셨다.악몽이 되풀이되는 듯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 임시 캠프촌에서 생활하는 난민들은 약 120만명으로 추정된다.말이 피난처지 홑이불과 플라스틱 조각으로 엉성하게 만든 판잣집이 이들의 터전이다.

 조만간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될 경우 꼼짝없이 당할 거라는 게 현지 구호 당국의 얘기다.참사에서 목숨을 건진 난민들은 쏟아지는 비가 두려운 이유다.

 그나마 구호품으로 텐트를 받은 이들은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없는 난민들은 정부의 임시 사무실이 마련된 경찰서 앞으로 몰려들어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사인텔 페티트는 “정부가 우리들에게 텐트를 주지 않았다”면서 “비는 오는 데 정말 곤혹스럽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달 간 구호의 손길이 세계 각지에서 쏟아졌지만 참사 이전의 모습을 되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인명피해도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다.이를 파악해야 할 정부의 기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아이티 통신장관은 10일 사망자수가 27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가 ‘오기’를 이유로 취소하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당국자들은 사망자가 대략 21만7천∼23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지만 정확한 수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시신들이 여전히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데다 정부가 수습한 시신마저도 누가 누군지,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45세의 한 가게 주인은 “누구도 사망자수를 모른다.명단도 없고,누가 갇혀있는 지도 모르고,묻힌 사람의 사진도 없기 때문”이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헤어날 수 없을 것같은 절망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마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많은 사람들이 구호의 손길을 만났고,조금씩 안정을 되찾은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27만2천여명이 피난처를 마련키 위한 구호품을 배급받았고 무너진 관제탑이 을씨년스러웠던 공항 자리에는 900여 구호단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텐트와 이동식 주택(트레일러)들이 들어섰다.

 파괴됐던 휴대전화망도 상당한 복구가 이뤄졌으며 주유소는 다시 문을 열었다.

 많은 난민들이 여전히 곤경에 빠져있지만 참사 한 달을 맞은 아이티는 아주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48세의 한 남성은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다”면서 “살아있는 한 또 다른 살아있는 친구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포르토프랭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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