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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연금의 사회학/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연금의 사회학/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입력 2014-12-03 00:00
업데이트 2014-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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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사막이 견딜 만한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고 회색의 12월을 두근거림으로 바꿔 준 것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직의 매력은 ‘안정성’과 ‘연금’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도마에 올랐다. 아시아 사회의 전통적 연금 구실을 했던 자녀도 노후의 의지가 되기는커녕 부양의 부담이 되고 있다. 모두가 불안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보장해 주는 공무원연금은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기 쉽다. 월세 수입으로 노후의 안정을 마련한다든지, 주식 투기로 노후 설계를 하는 것은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연금은 ‘불로소득’, ‘세금 먹는 하마’로 인식되는 경향이 높다.

최근 연금의 경제적인 차원이 강조되면서 연금 고갈론, 연금 국가재정 부담론, 부담의 차세대 이양론 등이 제기되고 있다. 대체로 경제학적이고 산술적인 계산에 입각한 분석에 ‘세대의 정치학’을 끌어온다. 지역주의 정치학의 폐해만큼 세대의 정치학도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취업 전선의 아들을 부양하는 부모의 연금은 사실 가족이라는 틀로 한데 묶여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개인 단위로 그리고 비용과 효용으로 평가하는 단순 경제학의 한계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이미 확인됐는데도 우리 사회에서 정책 제안은 산술적 경제 담론에 의존한다. 실제 경제 담론의 핵심 개념인 비용, 효용, 생산성 등의 지표에는 사회심리학적인 측면이 포함돼 있다. 연금도 마찬가지다. 연금에는 부패방지적 측면, 공공성에 대한 장기적인 기획, 공무에 대한 자부심, 위엄 등의 경제 외적 요소가 숨어 있다. 무엇보다 연금은 사회임금이다. 사회임금은 공동체를 지키는 버팀목이고 협동경제의 근간이 된다. 현재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이는 나라들은 협동경제의 비중이 크고 사회임금의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체적으로 사회임금의 비중을 높이는 연금의 상향평준화가 필요하다.

내가 얻는 전체 소득은 개인소득과 사회임금으로 구성된다. 물론 개인소득도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비중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자산소득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체 소득에서 사회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나라가 경쟁력도 높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 회원국 중 사회임금 수준이 칠레 다음으로 가장 낮다.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소득에서 사회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12.9%에 불과하다. OECD 평균 40.7%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비율은 스웨덴 51.9%, 프랑스 49.8%, 독일 47.5%, 영국 37.8%, 미국 25%, 칠레 11.3%이다.

인간은 경제적 삶만 살고 있지 않다. 정치적 삶과 사회적 삶을 함께 산다. 사회적인 삶과 개인적인 삶은 한순간도 단절돼 있지 않고 항상 연결돼 있다. 우리 모두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복수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연대의 원칙 위에서 사회임금이 지불된다. 사회임금으로서 공무원연금을 보는 연금의 사회학적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금리도 낮고 주가도 불안정하다. 불안이 ‘묻지마 자영업 창업’을 부추긴다. 상대적으로 월세 수입이 있는 층만 노후가 안정되는 사회라면 문제가 아닐까. 사회임금으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비율이 높아야 유효 수효도 높고 공공성도 지켜질 수 있다. 1990년대는 최고경영자(CEO) 대통령론이 무성했고 공무원 교육을 기업에 위탁하는 것도 당연시됐다. 효율성이 공공성을 압도했다. 효율성의 이름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단행한 나라들은 사회공동체라는 딛고 있는 발판을 스스로 허무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최근 미국 중간선거와 함께 제시된 직접민주제적 의안 가운데 최저임금 상향 안이 통과된 반면 교사의 실적 평가 안은 부결된 것을 보아도 시절이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연금 개혁 문제에서 공무원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연금의 사회성 의미도 반감된다. 공무원이 국민의 공복이 될 때 연금의 사회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연금 개혁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연금 관리의 민주성·투명성 그리고 사회적 통제다.
2014-12-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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