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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안중근 ‘하얼빈 전투’ 105주년을 보내며/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안중근 ‘하얼빈 전투’ 105주년을 보내며/김정현 소설가

입력 2014-11-03 00:00
업데이트 201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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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소설가
김정현 소설가
다시 10월이 지나갔다. 우리 민족에게 남겨진 10월의 의미는 다른 열하나의 달(月)과 자못 다른 부분이 있다. 특히 10월 26일에 있었던 여러 역사 전환적 사건 중에서도 1909년 하얼빈역에서 대한의군 참모중장 겸 독립특파대장 안중근 의사가 적의 수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전투가 그러하다.

한반도 근대 암흑기, 그 무능과 좌절의 도정에서 안중근의 의거는 희망과 도전의 기치로 쏘아 올린 가장 밝은 빛이었고, 3·1운동, 임시정부 수립, 청산리 전투, 윤봉길 의사 상하이 훙커우(虹口)공원 의거 등으로 이어져 한민족의 기개를 만방에 드높이고 마침내 국가 재건으로 이어 간 도화선이었다. 또한 안중근은 불과 30살의 나이로 ‘동양평화’의 위대한 포부를 품어 죽음의 목전까지 ‘동양평화론’ 집필에 전념했으나 일제의 훼방으로 끝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서’(序)와 ‘전감’(前鑑)만으로도 그 큰 뜻을 짐작할 수 있으니 그는 가장 위대한 장군이자 선구적 사상가로 마땅히 우리의 표상이다.

“오늘 내 유해를 거두거든 하얼빈공원에 임시로 묻었다가 국권이 회복되면 조국에 반장(返葬)해 다오.” 안중근이 그의 동생들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이다. 그러나 그의 유해는 실정법마저 무시한 일제의 만행으로 뤼순(旅順)감옥 뒤편 수인 묘지에 암장됐고, 우리는 오늘날까지 그의 마지막 유언마저 받들지 못하는 불의와 수치스러움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를 비롯한 많은 개인, 사적 단체들이 안중근 유해 발굴과 송환을 위해 부단히 애썼다. 하지만 부정확한 사료에 의지한 일부 지역에 한정된 발굴에 그치니 성과는 없었고, 이제는 뤼순시 개발계획에 의해 훼손된 수인 묘지 일부 구역을 바라보며 낙담만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한정된 노력과 낙담 속에 세월만 보내다가는 머지않아 완전히 사라져 버린 수인 묘지 구역을 바라보며 영원히 씻지 못할 죄스러움에 고개 숙이게 될 것이다.

다행히 오늘 한국과 중국은 역대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고,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 주석 역시 안중근 의사에게 깊은 존경심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더불어 뤼순감옥 수인 묘지에 묻힌 이들은 대부분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한 항일 열사들이니 그들 또한 각 무덤의 신원 확인에 대한 목마름이 간절하지 않겠는가.

현대의 과학기술은 유해의 유전자와 후손의 유전자를 분석 대조하면 정확한 신원을 확인할 수 있고, 그 방면에서 우리의 실력은 탁월하다. 안중근 의사에게는 그의 후손이 미국에 생존해 있고, 중국 항일 열사들 역시 많은 후손들이 생존해 있을 것이다. 혹여 이미 개발로 사라진 구역에 안중근의 무덤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남아 있는 구역이 더 넓고, 설령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은 다해 봐야 아쉽더라도 후손된 도리가 아니겠는가. 이제 그 마지막 노력으로 중국 정부에 ‘뤼순감옥 수인 묘지 전체 공동 발굴’을 제안해 보자.

정부가 세금이라는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면 ‘하얼빈 전투’ 당시 민족정론지로 안중근 의거를 가장 당당하게 보도한 ‘대한매일신문’을 뒤이은 ‘서울신문’이 기치를 세우는 것은 어떨까. 적지 않은 수의 무덤이니 경비 또한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중국 정부에 청원해 단독 발굴의 승인을 얻거나 공동 발굴로 뜻을 모은다면 근래 들어 가장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니 한·중 양국의 뜻있는 이들의 성금만으로도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늘에 뜻이 닿아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을 수 있다면 당연히 효창공원에 마련돼 있는 안중근 의사 가묘에 모시거나, 남산 안중근기념관 앞마당에 안장해 그이의 의기와 ‘동양평화’의 원대한 뜻을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애국’의 숭고함이 그저 귓전을 스치는 구호로도 무상한 세태에 애국을 뛰어넘은 동양평화의 원대한 이상은 소아(小我)와 이기(利己)를 깨뜨리는 죽비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고 나면 비로소 ‘통일’도 ‘민족’도 실재하는 비원(悲願)이 될 것이니 광복의 완성을 볼 수 있으리라.
2014-11-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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