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금융기관 임직원 제재 절차, 법으로 정해야/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금융기관 임직원 제재 절차, 법으로 정해야/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4-07-24 00:00
업데이트 2014-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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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융사고에 연루된 금융기관 임직원 200여명 무더기 징계 사태 예고.’,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통보’ 등 요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기사를 보면서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절차에 관심을 갖게 된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등을 통해 금융기관 임직원의 위법, 부당행위 등이 발견되면 금융감독원의 내부 심의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감독당국이 최종 제재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제재 대상 관련자는 제재심의위에 출석해 의견 진술을 할 수 있다.

제재조치는 해당 당사자의 권리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다. 중한 제재조치를 받은 자는 금융기관의 임원에 일정 기간 선임될 수 없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다. 재산권 행사의 제한도 받게 된다.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조치인 셈이다. 감독당국에 의한 제재조치 결정 과정에 적법 절차가 요구되는 이유다. 부당한 제재에 의한 ‘억울한’ 당사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재 절차에서 공정성·적법성·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행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절차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현행 제재 기준과 절차에 관한 내용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감독당국이 스스로 제정한 감독규정과 시행세칙에 담겨 있다. 그래서 감독당국의 편의 위주로 제재 절차가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제재 절차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제재는 사법 절차에 준하는 보다 엄격한 적법 절차가 요구되는 분야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금융기관 임직원 제재 절차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 제재조치는 헌법상 기본권 보호와 관련되는 것이어서 법률 제정의 당위성은 크다. 그래서 미국이나 영국 등 외국도 제재 기준과 절차를 법률에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제재 당사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는 법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재 절차에서 청문제도를 내실화해야 한다. 청문은 감독당국이 제재조치 결정을 하기에 앞서 당사자의 의견을 직접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절차다. 당사자의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다. 현재 청문제도는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 법률이 정한 아주 제한적인 경우와 제재권자가 청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청문이 실시되도록 돼 있다. 감독당국이 청문 절차가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경우를 기대하기는 거의 어렵다. 대개는 청문 절차 대신에 제재심의위에서 당사자의 의견 진술로 끝나버린다. 이런 절차에서 제재 당사자가 충분히 방어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제재조치에 청문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 등 외국에서도 청문 절차가 기본이다. 미국의 경우 법률 전문가 등 자격을 갖춘 청문주재관이 청문 절차를 주재한다. 독립성이 보장된 청문주재관이 제재 당사자의 의견 진술을 청취하고 증거 조사를 한다. 그만큼 제재 절차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된다. 우리도 이러한 청문주재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의신청 절차도 개선돼야 한다. 제재조치에 대한 이의 신청은 해당 감독당국이 하도록 돼 있다. 해당 조치를 내린 감독당국이 이의신청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가 어렵다. 영국의 경우 이의신청은 제재조치가 최종 결정되기 전 단계에서 이루어지며, 제재조치를 내린 감독당국이 아닌 별도의 독립된 기구인 금융심판원이 이의신청 사건을 처리한다. 공정성 있는 이의신청 심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도 이러한 제도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이 외에도 제재심의위를 개편해 제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심의기구가 아닌 최종 결정권을 갖는 법적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제재위원회는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외부 위원으로 전원 구성함으로써 독립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제재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위원장을 제외하고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제재조치를 최종 결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재절차제도의 개편은 감독당국과 금융기관 사이에 신뢰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금융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2014-07-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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