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통일로 가는 좁은 문/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통일로 가는 좁은 문/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4-03-18 00:00
업데이트 201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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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해 말 북한 제2의 실권자로 알려진 장성택이 처형되고 연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과 다보스 포럼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하면서 북한 급변 사태와 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과연 통일의 실현 가능성은 어떠하며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필요로 하는가.

사실 북한 붕괴에 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 100년 만의 홍수가 발생해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주민이 아사했을 때에도 김정일 정권 붕괴 가능성이 높이 점쳐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것은 하나의 흥미로운 가설적 오류로 판명됐다. 오늘날 거론되는 북한 붕괴론은 경제보다는 국내 정치, 대외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은 김정은의 통치 능력 부재로 인한 북한내 정정 불안정이 군부의 정치 간섭 등 체제 급변 사태로 이어질 수 있고, 북·중 관계의 약화와 한·중관계의 진전이 통일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 추론의 단기적 타당성은 매우 제한적인데, 왜냐하면 통일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 미·중 강대국 관계가 한반도에서 극단적인 세력균형의 변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미·중이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상황에서 베이징이 자국에 확연하게 불리한 현상 변경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국가의 해체, 생성, 통일과 관련한 핵심 변수는 강대국 관계이다. 독일 통일은 양독 관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소 관계의 변화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동유럽의 유고슬라비아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유고연방 등 6개국으로 재탄생한 것, 또 체코슬로바키아가 두 개의 나라로 독립한 것도 소련 멸망이라는 미·소 관계 변화의 환경에서만 가능했다. 한반도 통일도 미·중이라는 두 강대국의 역학 관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첫째, 이 같은 구조적 이해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대한 주도적 준비가 계속돼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우리가 역사를 정확하게 예측할 만큼 모든 변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예기치 않은 요인으로 인해 역사가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소련의 붕괴, 독일의 통일과 나토 잔류, 냉전 종식 후 자유민주주의 확산의 전망, 미국 패권에 대한 일본의 도전 가능성, 중국의 경제 성장과 부상에 관한 석학들의 빗나간 예측이 모두 그런 사례에 속한다.

두 번째는 미·중 관계에 서서히 변화가 다가올 것이며, 그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미·중은 지금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협력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상호 불신과 미래 경쟁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긴 역사 속에서 현상유지를 원하는 제1의 강대국과 부상하는 제2의 세력이 패권적 경쟁을 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유일한 차이는 전쟁의 유무, 강도일 뿐이다. 17세기 세 번에 걸친 영·란 전쟁, 영국·프랑스 간의 패권경쟁, 19세기 후반 영·독 간의 경쟁과 제1, 2차 세계대전, 그리고 미·소의 냉전은 모두 그런 경우다. 머지않은 장래에 미·중의 치열한 경쟁이 가시화되면서 통일의 좁은 문이 어렵게 열릴 것이다.

한국의 거시적 준비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중 관계를 일정수준 증진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북한과는 견제와 협력, 압박과 대화를 반복하면서 개혁,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 자주국방과 통일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의 신장은 필수적이다.

미시적으로는, 통일 한국의 탄생을 위해 국가형성(state-building)과 국민형성(nation-building) 과정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법적·제도적 기반 구축, 북한군 병력과 장비의 수용 여부는 전자에 속하고, 통화 가치의 조정, 교통 인프라 설치, 자유민주주의 교육, 사회보장제 적용, 종교 시설의 설립은 국민적 상징과 새로운 민족주의 탄생을 위한 국민통합 조치로 후자에 속한다.
2014-03-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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