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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소셜 시대를 조심해서 살아가기/장은수 민음사 대표

[열린세상] 소셜 시대를 조심해서 살아가기/장은수 민음사 대표

입력 2012-06-01 00:00
업데이트 201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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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민음사 대표
장은수 민음사 대표
얼마 전까지 사람들은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읽고 저녁 9시에는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세상의 수많은 사건들이 ‘뉴스’라는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적당한 크기와 길이로 엮여서 사람들 눈앞까지 배달되었다. 페이퍼 미디어든 스크린 미디어든 간에, 제한된 분량이나 시간 안에 정보를 전해야 했기에 ‘편집’이라는 전문 기술을 통해 정보에 강약을 주어 재가공하는 일이 중요했다.

또한 모두 한날 한시에 비슷한 형태의 정보를 받아 보았기에, 사람들은 하나의 정보가 탄생해 확산되어 여론으로 변했다가 소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말들이 어디로 지나갈지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그 말의 생성과 소멸에 참여하기 어렵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말들의 공화국에 귀속감을 품게 되었다. 매스미디어가 공중을 탄생시키고 이어서 국민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공중의 시대는 거의 소멸하고, 소셜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소셜이란, 읽기와 쓰기라는 인간의 기본 능력을 이용해 인간의 삶 전체를 (주로 문자) 정보로 바꾸어 교환하는 것이다. ‘소셜’에의 참여를 통해 정보를 송수신하는 것은 우리 삶의 최첨단을 이루며, 가장 세련된 행위로 칭송된다.

사람들은 여전히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을 통해서 공동의 관심사를 확인하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나 카카오톡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자기 정보를 조금씩 내보내는 동시에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아 나간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의 분리, 사적 정보의 보호와 공적 정보의 공개라는 근대적 삶의 원칙이 무너지고, 사적 영역을 통째로 공공화하여 서로 교환하는 낯선 관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데 소셜 시대의 사람들은 하루종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만 들여다보아도 쏟아지는 말들을 다 읽어낼 수 없는 정보 과잉에 시달리면서, 동시에 자기 주변을 흐르는 좁고 세분화된 통로로만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공민(公民)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흔히 놓쳐버리는 정보 빈곤에 빠지기도 한다.

사적 영역이 통째로 데이터화되어 검색할 수 있는 상태로 주어지기 때문에 ‘네티즌 수사대에 의한 신상 털기’ 같은 종래에 없었던 새로운 사회 현상을 낳기도 하고, ‘채선당 사건’과 같이 잘못된 정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확산되어 불의의 피해가 생기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출판계에서는 한 회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빌미로 신입사원의 입사를 거부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으며, 나 자신도 페이스북에 올린 댓글이 나도 모르게 기사화되어 구설수를 빚었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일들은 소셜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윤리를 요구하며, 다소 모순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회적 사적 정보’를 둘러싼 여러 쟁점들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를 요청한다. 일단, 소셜시대를 맞아 쏟아지는 정보폭우 속에서 외려 필수정보로부터 소외당하는 정보 미아로 남지 않으려면 정보 통로들을 복합화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고, 모두에게 필요한 하루치의 필수정보를 전하는 신문 등의 매스미디어를 현명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일단 공적 영역으로 들어간 개인 정보는 쉽게 소멸시키거나 확산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 등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기 전에 나중의 사회적 파급력까지 신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한편, 개인이 스스로 공개한 정보라 할지라도 원할 때에는 검색엔진 등 온라인 공간에서 완전히 삭제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하려는 사회적 합의가 신속히 필요하다.

하지만 법적 장치가 마련되기 전에 불의의 피해를 주거나 당하지 않으려면, 소셜이란 반드시 사적 정보의 교환 위에서 성립하는 만큼 어느 정도 자기를 노출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지라도 자기정보에 대한 고도의 통제권을 행사해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2012-06-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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