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막장 방송드라마 이제 그만/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막장 방송드라마 이제 그만/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1-11-30 00:00
업데이트 2011-11-3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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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내일이면 종합편성채널 방송이 시작된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선심성 정책이라는 방송과 콘텐츠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4개 종합편성채널 모두 개국의 순간을 맞은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에 이어 방송계와 문화계의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의 개국을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론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IPTV를 허가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종합편성채널을 선정하면서도 다양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장밋빛 미래를 장담했다. 그러나 과연 시청자들은 늘어난 채널만큼이나 질 좋고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을까. 멀리 갈 것도 없이 현재 대다수의 가정에서 시청하고 있는 케이블방송의 실상을 보자. 지상파 방송 중계 또는 재방 채널, 일부 영화나 게임, 스포츠 등의 채널을 빼면 볼 만한 프로그램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더구나 심야 시간대에 이르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포르노 수준의 프로그램들이 버젓이 안방에서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준비하면서 유명 PD며 작가, 배우들의 쟁탈전과 이적설이 어지러이 보도되곤 했다. 그야말로 당분간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 간은 물론 종합편성채널 간에도 생사를 거는 치열한 시청률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우려되는 것이 가정 드라마다. 그렇잖아도 꽤 오래 전부터 적잖은 지상파 방송드라마들이 이른바 막장드라마가 되어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불륜, 패륜, 출생의 비밀, 복수, 자살, 강간 등 선정성, 폭력성, 비윤리성, 비현실성, 현실 왜곡 등 보통의 삶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자극적인 상황이나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드라마가 안방을 점령한 지 오래다. 오죽하면 며칠 전 국민배우로 불리는 최불암 선생이 요즘 TV는 보기에 안타깝고 부끄럽다고까지 자조했을까.

개국 후 단기간 내에 시장 우위를 점해야 하는 종합편성채널 간에는 물론 지상파 방송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방송드라마는 첨병 노릇을 할 것이다. 시청률 경쟁은 이들 회사의 존망을 좌우할 광고 수주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침체상태인 9조원 안팎의 국내 광고시장 규모가 일시에 커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늘어난 매체 간의 광고 확보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일부 간접광고를 허용한다 해도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여건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라마의 막장화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것 같진 않다.

우리는 흔히 게임의 중독성을 염려한다. 지난 20일부터 청소년들에 대해 심야시간대에 온라인게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셧다운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의 중독성이 주로 청소년에 관한 일이라면, 가정에 파고드는 막장드라마의 폐해는 온 세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것이다. 당분간은 막장드라마가 문화산업시장을 키우는 데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작정 시장이 커지는 것이 능사일까. 과연 계속해서 우리 문화산업시장은 이런 드라마들로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흔히 표현과 창작의 자유, 시청자 선택권을 말하며 막장드라마를 옹호하는 측도 있다. 그러나 단기간의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일부 방송미디어사업자들은 미소를 지을지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네 가정과 국민의 정신 속에 스며든 해독은 어찌해야 할까.

사실 외부로부터 간섭받기 전에 방송사업자들이 스스로 드라마를 자정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사의 양식을 기대하는 것은 당분간 나무에서 생선을 구하는 것과 다름없을 것 같다.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안방을 건전한 가정으로 돌려주는 심의제도 등을 확실히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들도 정치적 의사 표명도 좋지만 이런 문제에도 감시자로서 앞장서 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쯤에서 시청자들도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막장드라마 퇴출운동을 우리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2011-11-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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