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의 친구들과 임진강 변의 매운탕집에 다녀왔다. 국물도 시원했지만 반찬이 좋았다. 얼핏 봐도 동치미에 열무김치, 무말랭이, 마늘종, 멸치조림, 청포묵 등 열 가지 남짓한 반찬이 상에 올랐다. 시골스러운 맛과 소박한 비주얼이 처음 찾은 이후 20년이 넘었는데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내가 사는 신도시에서는 이런 반찬을 구경하기 어렵다. 음식점 대부분이 체인점인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반찬이 가장 많은 동네 식당이 김치와 깍두기를 주는 설렁탕집일 지경이다.
진천과 음성에 걸쳐 있는 충북혁신도시와 원주기업도시를 찾았을 때도 놀란 적 있다. 줄지어 세워진 아파트부터가 당연히 우리 동네와 비슷한 브랜드의 같은 모양이다. 음식점마저 우리 동네와 거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체인점이 대부분이었다.
이러다 음식점에서는 제대로 반찬 구경하기가 어려운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매운탕집 아주머니는 “6학년 6반”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으며 “그래서 10년은 더 이 집 반찬을 먹을 수 있겠거니” 하고 안도감이 드는 것이었다.
2025-01-15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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