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중고책방의 값어치/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중고책방의 값어치/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9-03-12 17:36
수정 2019-03-13 02:0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책 읽기가 주는 만족감이 커서인지 신간을 살 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무언가가 굳어버린 내 사고의 틀을 흔들어 주는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싶지 않았던 듯싶다. 한데 우연히 집 근처 중고책방에 들른 뒤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말이 책방이지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대형 서점이다. 읽고 싶은 책 제목을 서점 곳곳에 설치된 단말기에 쳐 넣으면 거의 빠짐없이 검색된다. 중고책방이 오죽할까 하고 가졌던 선입견이 무색하다. 값은 대부분 정가의 절반 이하다.

지난 주말에도 서점은 북적였다. 온 가족이 나란히 마루계단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정겹다. 책을 사는 사람 못지않게 팔러 온 이들도 많다. 아이와 함께 온 한 여성이 쇼핑백에 담아온 책 10여권을 꺼내 판매 데스크에 올려놓는다. 2000원, 3000원, 5000원…. 서점 직원이 책 상태를 검사해 값을 매긴다. 아이와 엄마의 지적 욕구를 채웠던 책들이다. 이 책들은 다시 다른 누군가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 두 배 정도의 값으로 팔려나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중고책방에선 책 순환을 통해 지식과 책값 총량이 계속 쌓여 간다. 책이 해어져 폐기될 때까지. 신간을 사 읽으며 느낀 어쭙잖은 지적 만족의 값어치에 비할 바가 아니다.

sdragon@seoul.co.kr
2019-03-13 3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