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내비게이션/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내비게이션/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진경호 기자
입력 2015-04-17 00:04
업데이트 2015-04-17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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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기능 가운데 신통방통한 게 내비게이션 앱이다. 가는 곳이 어디든 골목길까지 척척, 도착 시간까지 정확하게 그것도 거의 공짜로 알려주니, ‘나비’ 이놈 참 기특하다. ‘나비’ 덕에 초행길 스트레스와 지도책 펴놓고 아내와 벌이던 실랑이는 옛 얘기가 됐다. 어쩌다 일러준 길을 놓쳐도 목소리 나긋한 ‘나비’ 아가씨는 결코 타박하는 법이 없다. 다음 길, 그 다음 길을 상냥하게 알려준다. 아내보다 백번 낫다.

‘나비’ 속 아가씨에 이끌려 아무 생각 없이 봄길을 달리던 엊그제, 낭패를 봤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나가면서 이 아가씨가 돌연 사라져 버린 것이다. 블랙 아웃! 스마트폰 화면이 깜깜해지자 눈 앞도 캄캄해졌다. ‘여기가 어디지?’ ‘옆길로 빠져? 아니 더 가?’

길가에 잠시 차를 세우고 사방을 살피다 뒤를 돌아봤다. 내가 달려온 길, 하지만 내가 아니라 내비게이션 화면과 기계음이 이끌어 준 길…. 오십 넘게 이어온 삶은 이와 다를까. 내 길을 내가 걸어온 걸까. 나 몰래 누군가가, 무언가가 지금껏 날 이끌었던 건 아닐까.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보게 만든 물음 하나가 얹어졌다. ‘나비’ 없이 갈 수 있을까. 아니, 이젠 그렇게 가야 하지 않을까.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15-04-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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